가을과 겨울사이 / 황라현 가을과 겨울사이 / 황라현 나뭇잎이 팔랑거리며 옷 벗는 소리를 흘깃흘깃 곁눈질로 훑으며 감성을 점검할 사이도 없이 가을은 아득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파고들던 그리움 그 틀 안에 갇혀서 터는 일이 혹독하더니만 나무가 몸을 털어 여문 씨앗을 뱉듯이 내 속에 허천나..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1.02
그는 떠났습니다 ... 이정하 그는 떠났습니다 ... 이정하 그는 떠났습니다 떠남이 있어야 돌아옴도 있는 거라며 그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내게 웃음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 웃음 뒤에 머금은 눈물을. 그의 무거운 발자국 소리를 가슴에 담으며 나는 다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지..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1.02
헤어지는 지금..........류시화 헤어지는 지금 ..........류시화 사랑이 오실 때의 그 마음보다 더한 정성으로 한 사람을 떠나보냅니다 비록 우리 사랑이 녹아내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각자의 길을 떠난다 해도 그래도 한때 행복했던 그 기억만은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살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이 사랑 그대가 주..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1.02
갈대...천상병,신경림 갈대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1.01
푸른 밤 ........ 나희덕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0.30
산새 / 김용택 산새 김용택 가만가만 걸어가 닿고 싶네요 그대 마음 가장자리에 가만히 얹힌 흰 꽃잎처럼 아슬아슬한 벼랑에 핀 사랑이고 싶네요 살포시 가 닿는 달콤한 입술 같은 새 이파리들이 비에 젖어 잠잠하네요 산이 눈이 시리게 푸릅니다 그대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붙잡고 사정도 해보지만 마..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0.30
산 / 조동례 산 조동례 당신을 안기엔 내가 너무 작아 당신에게 안기려 내가 다가갑니다 오르고 오르면 당신 품이려니 생각했는데 다가갈수록 바라보던 당신은 보이지 않고 낯선 잡목만 무성합니다 당신 품에 있어도 당신 볼 수 없으니 더 오를 무엇도 없어 바라보던 곳으로 돌아서는데 오르던 길은 ..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0.30
종이배 사랑 - 도종환 Only Our Rivers Run Free -James Last 종이배 사랑 - 도종환 -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을 더 ..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0.24
들꽃에게 지다 / 복효근 가슴에 유서를 품고 살던 날들이 있었다 지지리도 못나서 나는 네 창가의 시클라멘도 네 가슴의 장미도 되지 못해서 석 달도 넘게 우체부가 오지 않은 가문 날 연애도 혁명도 먼먼 날 잡풀 우거진 언덕에서 나를 재운 것은 스물세 알의 아달린이었으나 풀잎 이슬로 깨워 나를 다시 일으켜..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0.23
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도종환 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 ...도종환 그대 힘겨워 하지 마세요. 그대의 모습이 다른 이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힘겨움을 이기지 않고 아름답게 거듭나는 것은 없습니다. 작은 꽃 한 송이도 땡볕과 어두움과 비바람을 똑같이 견딥니다. 마을 어귀의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견디는 비와 바람.. 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201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