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하면 누구나 상고대가 곱게 피어있는 하얀 능선을 상상한다. 겨울산행의 백미로 손꼽히는 눈꽃산행. 하지만 그 황홀경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떠나는 순간부터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산행에 필요한 의류, 장비부터 운행법까지 세심하게 살핀 후 나서자. 아름다운 설경이 유혹하는 겨울산에 들기 위해서는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해도 지나침이 없으니까 말이다.
산행 전 의류와 장비 꼼꼼히 체크하기
겨울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날씨가 수시로 변하는 겨울산에서는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땀이나 눈에 젖었을 때 수분을 발산시키지 못하는 면 소재의 의류는 삼가는 것이 좋다. 대신 따뜻하고 발수력이 좋은 폴라텍이나 파워스트레치 소재의 의류를 착용한다. 겉옷으로는 방수·방풍이 되는 오버재킷과 함께 거위털이나 오리털을 보온재로 사용한 우모복을 따로 준비한다. 적설량이 10cm 이상인 심설에서는 덧바지(오버트라우저)를 따로 착용하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무릎 아래까지 덮을 수 있는 길이의 스패츠를 착용한다. 옷을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머리와 손발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체온의 대부분은 머리, 손끝, 발끝 등의 노출된 부위를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자나 바라클라바로 안면부를 보호하고, 장갑과 양말은 젖었을 경우를 대비해 여유 있게 1~2개 더 준비한다.
겨울철 등산화는 발목을 덮는 길이의 중등산화가 적당하다. 통가죽으로 된 등산화는 산행 전에 미리 왁스를 충분히 발라두고, 고어텍스 소재의 등산화도 방수 스프레이를 2~3회 정도 뿌려두면 좋다. 눈길과 빙판길을 대비해 크램폰도 꼭 챙기도록 한다. 스틱 또한 미끄러운 설산에서 꼭 필요하다. 운행 시 몸의 균형을 잡아줄 뿐 아니라, 다리에 전달되는 체중과 배낭의 무게를 30퍼센트 정도 분산시켜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해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헤드램프를 꼭 챙기고, 물이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온병이나 수통을 준비하도록 한다. 이처럼 겨울 산행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챙겨야할 장비와 의류가 많기 때문에 당일 산행이더라도 배낭은 45리터 이상 되는 넉넉한 사이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의류와 장비가 갖춰졌으면 산행대상지와 일정을 잡고 코스를 정한다. 대상지 선정은 막연하게 동경해왔던 곳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파악하고 구성원의 체력과 능력을 고려해 코스와 시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산을 오를 때는 대상지에 대한 등산지형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초보자의 경우 지도를 읽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개념도라도 구해서 들머리와 날머리 및 등산 구간을 머릿속에 익혀 두어야 한다. 실제 산행 시에는 자주 지도를 꺼내 자신의 위치를 틈틈이 확인하는 것이 좋다.
↑ 팀 산행을 할 때 뒷사람은 러셀 자국을 밟고 가고, 앞 사람이 지치기 전에 교대해 체력이 소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을 지키며 상식적으로 움직이자
산행 시에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피로를 줄이고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미끄러운 설사면을 오르내릴 때는 반드시 스틱을 이용해 균형을 잡아준다. 스틱을 사용하면 다리에 부담되는 체중을 분산시켜 체력 소모를 줄이고 보행 속도도 빠르게 할 수 있다. 또 빙판이나 바닥이 고르지 못한 등산로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좋고, 하산 시 무릎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스틱 길이는 스틱을 잡고 섰을 때 팔꿈치 관절이 90도가 되는 것이 알맞은데, 내리막길이나 급경사에서는 이보다 10~15cm 더 길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경사가 심한 비탈에서는 스틱의 손잡이가 위쪽을 내딛었을 때 얼굴 높이까지 오도록 조정한다.
눈이 무릎 이상 덮는 심설은 체력과 시간을 과다하게 소모시킨다. 러셀을 할 때는 보폭을 크게 하지 않고 조금씩 걸어야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팀 산행을 할 때 뒷사람은 러셀 자국을 밟고 가고, 앞 사람이 지치기 전에 교대해 체력이 소진하지 않도록 한다. 눈 쌓인 경사면을 오를 때는 발을 수평으로 가볍게 차며 스탠스를 만들어 오른다. 내려올 때는 발뒤꿈치에 하중을 실어 발로 눈을 다지거나, 뒤꿈치로 스탠스를 만들면 효과적이다. 신설에서는 발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내딛고, 크러스트가 잘된 눈이라면 별 무리 없이 그 표면을 걸을 수 있다. 눈처마를 이룬 부분은 자칫 무너질 염려가 있으니, 다소 안쪽으로 걷는 것이 좋다.
↑ 내려올 때는 발뒤꿈치에 하중을 실어 발로 눈을 다지거나, 뒤꿈치로 스탠스를 만들면 효과적이다.
모든 산행에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몸 상태나 기분이 좋아 빨리 걷기 쉽다. 하지만 산행 시작 후 30분간은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몸을 적응시켜 나가고, 그 후에 차츰 자기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운행 중 복장은 춥지 않고 둔하지 않을 만큼 입는 것이 좋지만, 휴식을 취할 때는 춥기 전에 미리 옷을 껴입어야 한다. 베테랑 산악인들은 이야기한다. 배고프기 전에 먹어라, 지치기 전에 쉬어라, 춥기 전에 입어라. 이 세 가지 기본사항을 유념한다면, 황홀한 눈꽃이 손짓하는 겨울산으로 가는 길이 한층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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