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고독의 깊이 / 기형도

vincent7 2012. 6. 26. 00:53


孤獨(고독)의 깊이 / 기형도


한차례 장마가 지났다.
푹푹 파인 가슴을 내리쓸며 구름 자욱한 江(강)을 걷는다.
바람은 내 외로움만큼의 重量(중량)으로 肺腑(폐부) 깊숙한
끝을 부딪는다

傷處(상처)가 푸르게 부었을 때 바라보는
江(강)은 더욱 깊어지는 法

그 깊은 江(강)을 따라 내 食事(식사)를 가만히 띄운다.
그 아픔은 잠길 듯 잠길 듯 한 장 파도로 흘러가고.....
아아, 雲霧(운무) 가득한 가슴이여
내 苦痛(고통)의 비는 어느 날 그칠 것인가.


낭송 김숙




奇亨度 (1960 ~ 1989)


기형도를 생각할 때마다, 하늘의 심술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되지요.

왜, 하늘은 아름다운 사람만 골라서 그리 서둘러
데려가는지...

전에는 기형도의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저 자신의 삶이 늘 암담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어둡고 비애悲哀로운 감정이 팽배해 있어,
그의 시를 대하면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숨이 막히곤 했었기에.

이제사, 그의 시를 가슴으로 느껴봅니다.
그런 비애와 허무와 고독은 모두, [안이安易하고 범속凡俗한 삶]에
대한 치열한 고발이자,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그리고, 그런 그의 비애로 부터 비롯되는 고통은
무한하고 절대적인 것에 대한
[열정熱情적인 그리움]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한차례 장마가 지난 후, 강변에서 만나는 고독의 깊이...

아, 그의 내면으로 응축凝縮되는 사유의 힘과
무한으로 투사投射되는 감정의 힘이 만나는 순간에
그의 시적 깊이가 있음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