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내비게이션 / 이생진

vincent7 2012. 6. 25. 17:17

In-Flight Dragonfly

 

 

 

내비게이션 / 이생진



‘700m 앞에서 제한속도 80km입니다
안전 운행하십시오 이 구간은 위험지구입니다’
목 없는 내비게이션의 목소리

15년 후
사이버 나우*의 목소리는
‘오늘 술이 과했으니 2차는 가지 마십시오
지금 혈압이 오르고 있으니 30분 후에 혈압 약을 드십시오’
목 있는 자의 목소리는 없고 목 없는 자의 목소리만 들리는 시대
인공지능(AI)의 목소리
사람들이 울지 않으니 눈물의 교류가 없는 시대
눈물이 없으니 눈물을 먹고 사는 플랑크톤이 없는 시대
결국 시의 플랑크톤이 없는 시대
결국 ‘30분 후 당신은 죽습니다 미리 누워 계십시오’
결국 미리 누워 있는 시대
결국 사死를 생生으로 사는 시대
그냥 누워 있으면 되는 시대
행복이 사기 당하는 시대
바보같이 편리한 시대
목 없는 자가 목 있는 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시대
내가 내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