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허락된 과식 / 나희덕

vincent7 2012. 5. 11. 12:04



허락된 과식     
                       나희덕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