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길 말리기 / 김규성

vincent7 2012. 5. 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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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말리기
                            김규성
애써 길을 내지 마라 길이 있으면 
또 곧 떠나야 한다 
빈집에 군불을 지피지 마라 
머물 곳이 없어야 떠날 곳도 없다 
길에 이름을 달지 마라 
이름이 없어야 애먼 발길 모여들지 않는다 
산은 천년을 가부좌한 채 
모였다 흩어지는 먼지를 지켜보며 
제 키를 가누듯 꽃은 
실컷 웃은 뒤 열매를 거두는 맛에 
제자리서도 날마다 해를 굴리는 것을 
맨 날 길 위의 나그네여 
구름이 가자더냐 바람이 가자더냐 
늙지도 않고 첫 사랑이 자꾸만 
사라진 길 되돌아가자고 보채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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