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연에 기댈 때가 있다 / 김정한
바다를 사랑한 시인이 그랬다.
등대는 외로운 사람들의 우체통이라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바닷길을 밝혀주는 등대는 기다림을 먹고 산다.
바다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등대처럼
내 그리움을 묶고 또 묶어 편지로 보내면 바다 건너 누군가가 받아줄 것만 같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풀리지 않던 일도 해결된다는 지혜를 우두커니 기다리며 서 있는 등대에게서 배운다
언젠가는 깊은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등대는 말없이 우두커니 서서 기다린다.
언젠가는 그가 비추는 불빛이 가려진 내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며
나를 토닥이는 그런 날이 있으리라 믿으며 나도 등대처럼 우연에 기대어본다.
김정한에세이 - 잘있었나요 내인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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