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찻잔 속의 글

가난한 자에게는 / 나태주

vincent7 2014. 1. 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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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자에게는

    가난한 자에게는 끝없는 해방과 평안을.
    넉넉한 자에게는 담을 쌓고서도 잠 못 드는 불면을.
    일인에게 이인분의 행복을 주시지 않는 하느님,
    공평하신지고 만세 만세 하느님.
    (나태주·시인, 1945-)



    + 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어부의 기도

    주님,
    저로 하여금 죽는 날까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하시고,
    마지막 날이 찾아와
    당신이 던진 그물에 내가 걸렸을 때
    바라옵건대 쓸모없는 물고기라 여겨
    내던져짐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작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