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보는 곳 / 유안진
수도원장이 한 수도사만 편애했다. 다들 불만을
토로했지만 원장신부는 오히려 당당했고, 그 '까닭'을
알고 싶다고 요구하자, 식당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과 한 광주리를 끌고 온 원장은, 한 개씩 나눠주며
아무도 안 보는 데 가서 먹고, 사과 속 숭텡이를 갖고
오라고 했다. 다들 사과 한 개씩을 들고 나가서 먹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는데, 원장이 편애하는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서야 나타난 그의
손에는 사과가 그대로 들려 있지 않은가.
원장신부가 물었다 “형제는 왜 그대로 가져왔소?”
그가 대답했다 “아무도 안 보는 데가 아무데도 없어서요”
만족한 표정의 원장신부가 힘줘 말했다.
“내가 저 형제를 편애하는 까닭을 알겠지요?”
- 유안진 시집 『 둥근 세모꼴 』 2011
'글의 향기 > 주머니속의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0) | 2013.08.29 |
---|---|
산에서...김 남조 (0) | 2013.08.29 |
후회...피천득 (0) | 2013.08.29 |
슬픈 시 -서정윤 / 분위기 샹송 모음곡 (0) | 2013.08.28 |
공존의 이유 -조병화 (0) | 2013.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