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 대비지 환종주
2013.06.16.
'대비지'는 영남알프스 북쪽끝인 억산의 북쪽, 운문사 북서쪽능선 너머에 있는 박곡마을 큰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안쪽에 절 대비사가 있어 '대비사 환종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프롤로그
주중에 잔비가 나리고 다음주엔 장마가 시작하려는 틈새인 일요일,
무더위를 감수하고 산행에 나선다.
친구 중에 A+급의 산행선배가 둘 있다. 그 중의 한 명이 듣도보도 못한 곳에 산행을 가자 한다.
영알이면 나도 이젠 웬만큼은 아는데... 아직 녀석들 따라가려면 많이 모자라나 보다.
무엇보다 이 친구들보다 모자라는 면은 산행속도의 문제다.
내 페이스로는 항상 뒤처진다.
그래서 약간의 무리를 더해 따라가다보면 본래의 내 페이스를 잃고 평소보다 더 힘든 산행이 되고마는 것이다.
결국 혼자 훈련을 통해 빠른 속보를 키우든지 아니면 양해로 때울 수밖엔 없는 것같다.
오늘 산행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대구 34도의 무더운 날씨에 산행코스에 거의 바람 한 점 없어 훅훅한 기운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물소리조차 들리지않는 오르내리 능선길에서 2.5리터의 물도 턱없이 부족하여 갈증에 시달렸다.
나중에 내려가자마자 1리터의 물을 벌컥벌컥 마셔 버렸다.
이런 참에 호거대로 가는 능선길이 너무 좋은 양탄자라 더 빨리 오르내려가다가 오히려 탈진상태를 재촉했다.
항상 겸손할 일이다.
알바를 3번이나 했다.
생각보다 시그널이 적게 달려 있었고, 산객들 대부분은 운문산 딱발재나 운문사에서 바로 올라오거나.
대비지 저수지에서 바로 올라왔다. 호거대를 물어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긴 나도 '대비지'가 큰 저수지이름이라는걸 당일 알았으니...
◈ 산행날짜 : 2013년 6월 16일
◈ 산행코스 : 박곡마을회관(09:50)-귀천봉(10:45)-억산북릉(귀천봉 능선)-억산(13:00)-깨진바위(억산 바로밑)
-팔풍재(깨진바위 바로밑)-식사(13:50~14:30)-운문사쪽으로 알바(15분)-범봉북릉(호거대 능선)
-중간에 운문사쪽내리막으로 알바(20분)-호거대-박곡마을회관(19:00)
◈ 산행시간 : 09:50~19:00(9시간 10분)
◈ 산행거리 : 14.5km
◈ 산행형태 : 친구랑
7시45분 이곳 원동인터체인지를 출발합니다. 청도로 고고씽~
9시 40분 청도 도착. 영남알프스 맨 북쪽 박곡마을에 주차합니다. 외진 골짜기마을입니다. 감식초를 만드는 곳.
들머리 찾기가 너무 까다로웠습니다. 그런데 마을사람 한 분이 일일이 직접 앞장서 걸으시어 이 들머리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잔짜~ 감동!
그분은 산행하고 싶어서 이 들머리옆에 일부러 얼마전에 집을 구입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혹 다음에 다시 가게되면 꼭 인사드려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엔 꼭 이정표가 있어야겠습니다.
귀천봉
조금의 완만함도 없이 첫걸음부터 된비알을 올라 55분만에 귀천봉 도착했습니다.
정면으로 호거대가 보이고 그 아래는 대비지가 보입니다.
호거대 아래쪽으로 광산지역이 있어서 좋은 코스에 흠집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가야할 능선
억산
13:00 3시간10분뒤 억산 도착. 식사할 곳이 마땅찮아 45분 더 걸어감.
정상 아래 오늘 산행한 친구. 40년지기입니다.
오늘 못난 친구 먹여살리려고 저 배낭에 커피, 삶은 계란, 토마토, 안동소주, 족발...무겁게 넣어 웃으며 나타났습니다. 운전까지 해주고...
올라 온 귀천봉과 가운데 대비지..그리고 내려가야할 오른편 능선과 호거대..
깨진 바위
경북 청도군 금천면 박곡리 골짜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대비사에는 억산 깨진바위와 밀양 호박소 등과 연관 있는 이무기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대비사에는 고승 한 분과 동자승이 함께 살고 있었다. 스님과 동자승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곤 했는데, 어느 날 밤 잠에서 깬 스님은 옆에 누워 있는 동자승의 몸이 마치 냉수목욕을 한 것처럼 차갑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스님은 다음날 자는 척하면서 동자승의 동태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방을 빠져나간 동자승이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 다음날 밤 살며시 동자승의 뒤를 밟은 스님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절 가까운 곳에 있던 연못으로 간 동자승이 옷을 벗고 들어가서는 이무기로 변신, 유유히 헤엄을 치며 노는 것이 아닌가. 이무기는 스님이 지켜보는 것을 모른 채 연못에서 나와 산 너머 이무기못안골로 가서는 빗자루를 들고 주변을 쓸어댔다.
결국 스님은 "네 이놈. 상좌야. 네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라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에 놀란 이무기는 슬픈 울음을 터뜨리며 날아올랐다. 이무기는 "아, 하루만 더 있으면 용이 되어 승천하는 1000년 동안의 염원을 이룰 수 있었는데…"라며 절 뒷산의 정상 바위를 꼬리로 내려친 뒤 그 너머의 호박소로 들어가버렸다. 억산의 명물인 깨진바위는 바로 이 이무기의 꼬리가 만들어낸 자국이며, 운문사 위 이무기못안골에 마치 빗자루로 쓸어 댄 것 같은 자국이 바위에 많은 것도 모두 그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로프구간
깨진바위 아래 나무데크
팔풍재
머얼~리 가지산.
돌아본 깨진바위 위의 산객들
범봉
절벽아래 계곡은 다른 지도를 보니 못안골로 표시되어 있고 보이지 않는 능선 왼쪽으로는 천문지골이군요.
호거대 가는길 오른편 아래 운문사가 보입니다.
호거대 위
지나온 길
-참조사항
대비사(大悲寺)는 567년(신라 진흥왕 28)에 창건되었는데, 창건주의 이름은 알 수 없고 단지 한 ‘신승(神僧)’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창건 당시에는 소작갑사(小鵲岬寺)라고 하였다. 창건 설화를 보면 557년 한 신승이 운문산에 들어와 현재의 금수동(金水洞) 북대암(北臺庵) 자리에 초암을 짓고 수도하였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산과 계곡이 진동하여 새와 짐승들이 놀라 울었다. 신승은 이 때 이 산에 오령(五靈)이 살고 있음을 알고 7년에 걸쳐 5개의 사찰을 지었다. 산 중앙에는 대작갑사(大鵲岬寺), 동쪽에는 가슬갑사(嘉瑟岬寺), 남쪽에는 천문갑사(天門岬寺), 서쪽에는 소작갑사, 북쪽에는 소보갑사(所寶岬寺)를 각각 지었던 것이다. 이 중 대작갑사가 지금의 운문사(雲門寺)이다.
# 교통편
- 동곡에서 언양행 버스 오후5시 막차
부산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200원. 50분 소요. 언양버스터미널에서 동곡 경유 대구행 완행버스를 타고 동곡까지 간다. 오전 9시, 10시30분 등 하루 5회 운행. 동곡버스정류장(054-372-3881)에서 임당리까지는 오전 8시30분 9시50분 11시20분 등에 새마을버스가 출발한다. 10분 소요. 버스가 여의치 않으면 동곡에서 택시를 타면 된다. 5000원 안팎. 코스 완주 후 만화정 앞에서는 다리를 건너 동곡리까지 걸어 가는 편이 낫다. 15분쯤 걸린다. 동곡에서 언양행 버스 막차가 오후 5시에 출발한다. 이 버스를 놓치면 동곡에서 오후 6시와 7시40분에 출발하는 청도행 버스를 타고 청도읍으로 간 후 열차편으로 부산으로 가면 된다.
자가용 이용시에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내려 언양 경주 방면으로 가다가 밀양 석남사 방향 24번 국도로 옮겨 탄다. 덕현교차로에서 우측 석남사 청도 방향으로 빠져나간 후 69번 지방도를 탄다. 운문사 입구를 거쳐 운문댐 아래 운문교를 건너자 마자 좌회전, 동창천을 왼쪽에 끼고 강둑길을 가다가 왼쪽 다리를 건너면 임당리다.
에필로그
오늘 더위와 갈증 속에 힘든 산행이었지만 잊지 못할 고마운 세 분을 만났다.
들머리에서 직접 걸어 안내해 주신 50대 아저씨(엄청 헤맬 뻔 했다),
내리막에서 물 있는 곳을 친절히 알려주신 60대 농부할아버지(갈증에 논물이라도 마실뻔 했다 ㅋ),
내려와 아스팔트길에서 행선지도 아닌데 주차한 곳까지 태워주고 되돌려가신 30대분(우리는 탈진상태였다).
게다가 온갖 수고를 웃으며 마다않는 친구까지 있으니...
나는 오늘도 세상에 고마운 빚을 지고 돌아간다.
고단한 행복이 스며든 산행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컬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 허리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 벼랑길이 다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원글: 존 메이스필드의 Sea Fever>
위의 시는 언젠가 낭독의 밤이란 티브이 프로에 출연한 오은선 대장이
낭송한 시인데, 원작은 존 메이스 필드가 쓴 "바다의 열정"입니다.
물론 원작은 바다에 관한 시라서 내용은 위에 시와 다릅니다.
그 시를 평생 산을 사랑했던 김장호 선생이 패러디한 글입니다.
'산의 향기 > 산행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사골-이끼폭포-반야봉 산행 2013.5.16. (0) | 2013.05.19 |
---|---|
지리산 국골-두류봉 산행 2013.4.4 (0) | 2013.04.05 |
반여2동~장산~산성산~쌍다리재~아홉산~곰내재~정관 (0) | 2013.01.07 |
1012.12.23. 금정산 백양산 종주 (0) | 2012.12.24 |
백두대간 [화방재-함백산-금대봉-삼수령]2006.04.21/22 (0) | 2012.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