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산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 어느날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평상복차림으로 걷다 보니 산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어느새 이름모를 바위위에 걸터앉아 산너머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10년뒤에 우연히 알게된 한 산행대장은 그 바위를 가리키며
등산코스로 유명한 전망바위라며 나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올라 갔었던 바위인줄도 모르고 그 친절에 그저 고맙게만 생각했다.
한참 뒤에 그때 그 바위였구나라고 깨닫고는 혼자 흰웃음을 지었다.
그래,
산은 나에게 알 수 없는 평안을 준다.
그 날 무심히 걸었을 때도 별다른 고뇌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그냥 걸었다.
산은 지리산, 아니 히말라야도 좋고, 뒷동산도 좋다.
걸으면서 알게 모르게 평안속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서
산은 어느 산을 가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는가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5년전 친구들의 권유로 번잡한 산악회라는데에 가입하고 산행의 또 다른 재미를 맛보기 시작했다.
참, 산도 많다. 참, 산행하는 사람도 많다.
뜻밖에 그 산악회가 없어지고 나는 계속 일주일에 한번씩 산행함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은 산악회라는 것과 만나기 이전부터 가끔 산행을 가이드해준 죽마고우와 함께 햇다.
그런데
이 친구의 강한 도전정신이 문제다.
이는 무엇보다 나와 통하게하는 면이지만 산행에 있어서는 골치아픈 부분이다.
나는 이제 겨우 B급으로 올려 놓았는데 A+의 도전산행은 나에개 버겁다.
오늘은 입산금지된 지리산 계곡과 능선을 돌아 본단다. 내가 돌아버리겠다.
그래도 녀석의 배려심 깊은 심성을 믿고 따라 나섰다.
지리산 국골-두류봉(1543m) 산행
-영랑대(1618m)를 올라서며-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오전 3시반) 집에서 출발 - (오전 4시반) 합류하고 미비된 김밥등 사고 하단출발 - (오전 7:20)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주차장 도착- (오전 7:30) 산행시작 -국골 들머리 - 국골사거리 -좌골 진입 - 낙석지대 - (13:00 //알바 30분) 영랑대 - 식사- (13:30~14:30) 하봉 갔다오려다가 시간상 포기하고 회귀: 이건 뭐 연구수업 수준임 - 두류봉 - 능선 (반복되는 바위정상 봉우리들과의만남이 사람 질리게 한다)- 석문 - 곰도 만나고 - (19:30) 추성리 주차장 - (20:00) 다슬기탕 식사 - (23:00)부산도착
끄~윽! 12시간, 생애 최장시간 산행이다. 다시는 실험정신에 의한 산행엔 동참하고 싶지 않다. 휴~
12시간 산행하는 동안 산행객은 한 명도 보지 못했고 새끼곰 한 마리만 만났다.
내려왔을 때는 날이 어두워져 결국엔 렌턴을 꺼내 들었다.
그래도 산청으로 돌아가는 길가에 있는 '부산식당'에서의 '다슬기탕'은 정~말 끝내주게 맛있었다. 댕큐!
돌아오는 길에 내일 발인인 초상 연락이 와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머리만 감고 후다닥 문상을 다녀와 자리에 드니
새벽 2시반이었다.
새벽 2t시반...어제 일어난 시간이다.
다음날 ...... 나는......죽었다.
지리산 국골 상세지도
지리산 [국골&동부능선] 지도
국골/두류봉능선 개념도
지리산 동부지역 지도
ㅇ국골
국골은 가야국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이 신라에게 쫒겨와 진을 쳤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골짜기 입니다.
이러한 전설을 뒷 바침하듯 국골 초입에는 '성안'이라는 지명의 마을이 있구요.
이웃한 칠선계곡 백무동계곡의 유명세에 눌려 등산인들이 드물게 찾는 코스이지만
등산로는 잃지 않을 정도로 나있습니다. 계곡을 건널때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구요.
지리산의 호젓한 맛을 즐기기에 적합니다. 이 코스는 추성리에서 일찍 칠선계곡이나
백무동계곡을 출발한 산꾼들이 천왕봉 중봉 하봉을 거쳐 내려오는 길로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주릉에 붙기까지의 반쯤은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국골의 시원한 계류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등산로가 계류 에서 벗어난 나머지 능선길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길로서
막판에 땀을 잔뜩 흘려야 주릉에 올라설 수 있는 난코스입니다.
ㅇ두류능선 개요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에 있는 영랑대(1618m)는 이 지역 최고 최대 최상의 전망대입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웅석봉에서 덕두봉까지의 태극종주 주능선 하늘금을 한눈에 파노라마로
다 펼쳐주며, 지리산 북사면의 굵직한 지능선 지계곡들조차 적나라하게 다 드러내서 보여줍니다.
아쉽다면 지척의 하봉에 가려서 천왕봉 주변의 모습만이 드러나질 않아 등잔밑이 어둡다는 걸
증명해 보이지만, 하늘에서의 조망이 아니라면 그건 욕심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영신대가 위치한 영신봉이 제격이구요.
동쪽으론 벽송능선~솔봉능선~왕등능선~달뜨기능선, 서쪽으론 초암능선~창암능선~오공능선~삼정능선
~만복대능선~바래봉능선, 북쪽의 임천강 건너 삼봉산~법화산, 그 모든 줄기는 지금 딛고 서 있는
두류능선상의 영랑대, 바로 여기서 파생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걸 다 보여주는 영랑대가, 발치 아래의 향운대 만큼은 꼭꼭 숨겨놓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구름이
피어나는 곳 향운대엔, 사시장천 용출수가 절벽 틈새를 돌돌거리며 삐어져나와 허공다리골을
만들어내고 있어도, 허공다리골 상층부는 너덜겅 원시림의 연속이라 찾는 이가 드물지요.
십여명은 넉넉하게 들어앉을 암굴을 간직한 향운대와, 영랑대~국골을 경유하는
코스는 광점골에서 시작해야 두루 섭렵할 수 있고, 거리도 고작 12km에 불과해서
당일치기가 가능한 이 코스 의 모든 계곡수는, 칠선계곡수와 합쳐져 엄천강 물길따라
낙동강이란 이름으로 부산 앞바다까지 흘러들어갑니다.
ㅇ찿아 가는길
광점동까지는 대형차량 진입이 가능합니다. 광점동 깃점 두류능선 오름길은 마을 끝집부터 잘 나 있어
이 길로 오르면 영랑대까지 갔다가 국골사거리로 내려서면 가는길은 너무 다양합니다.
영랑대에서 다시 빽을 해 향운대 터치하고 내려오면 물 걱정 없이 안전산행을 즐길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순으로 계곡을 벗삼아 올랐다가 향운대~ 영랑대~국골(혹은 대원사방면 내지는 하봉)쪽으로
향하겠다면, 광점동 고개를 넘어 어름터까진 잘 다듬어진 계곡옆 마을길을 따라야 합니다.
일단 어름터 외딴집에 도착하면 계곡을 건너자마자 공원관리공단에서 설치해 놓은
입산금지 표지판 뒤로해서 남쪽 지능선 샛길로 들어야합니다.
두류봉(頭流峰 1,530m) 능선은 인적이 드문 호젓한 오솔길이 매력이지만 군데군데 솟아 노송과 멋지게 어우러진 바위 벼랑이 더욱 볼거리다. 하지만 더 큰 매력은 지리산 최고의 전망대란 점이다. 바위 벼랑을 오를 때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지리산 북동지역의 장엄한 파노라마는 탄성을 넘어 전율에 가깝다.
청이당은 500년 전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옛 당집이다. 그것이 위치한 곳은 당시 산음(산청)과 마천을 잇는 가장 가까운 거리의 고갯마루 부근으로 제법 너른 공간과 마실 물이 확보돼 있어 마천사람들이 산음의 덕산장을 오가며 하룻밤을 묵었던 곳이다.
지금도 청이당 주변에는 물길이 지나가고 있고,집터 흔적이 뚜렷하며,기왓장을 비롯한 옛사람들의 생활용구가 한두 개씩 발견되고 있다. 청이당은 국골 사거리에서 마루금을 따라 20분쯤 내려가면 능선 오른쪽 아래 꽤 너른 공간으로 만난다. 유평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청이당에서 오른쪽 물길(조갯골 지류)을 따라 이어진다.
영랑대 가기전까지의 고도표 참조 - 우리는 영랑대에서부터 계속 능선길로 나아갔습니다.
가파른 임도를 조금 오르니 두류정으로 이어지는 임도와 만나고, 출입금지 표지판이 길가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이해하라며 다독거립니다.
2008년 3월 1일부터 2017년 2월 28일까지 10년 동안 국골 - 하봉 - 중봉을 잇는 7.5km 구간을
통제한다는 것인데, 정상적으로 해제를 해도 이미 환갑이 훨씬 지난 나이이며,
지금까지의 예로 봐선 그때도 해제한다는 보장이 없어 보입니다.
이미 내디딘 발걸음, 여기서 멈출순 없습니다.
그대로 나아갑니다.
들머리
얼마 지나지도 않아 길이 제대로 안 보입니다. 계곡 중앙을 돌파합니다.
들머리 한 컷
오늘 산행 기획자. 오늘 산행 이후로 사랑하지 않게된 40년지기 죽마고우입니다.
폭포가 8개라는데 이름없이 여기저기 수시로 쏟아집니다
연구수업하는 산행길 찾기
뒤엉킨 나무...나무...사랑 떠난 그 마음같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찍사를 담당합니다. 내일부터 화소낮은 장롱폰으로 바꿀겁니다.
이 가운데로 계속 올라갑니다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이 너무 많이 널려 있습니다.
오늘처럼 시그널(리본)이 반가울 때가 있을까요?
리본을 따라가는데도 길이 이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아니무니다!
이~런~
풍! 미! 작! 렬!
양옆에 길이 없을 때 다시 계곡돌을 밟고 오릅니다.
힘넘치는 기획자. 내가 안 따라가면 때릴 것 같습니다.
멀리라도 능선이 보이니 너무 반갑습니다. 알바를 보태가며 우리는 이 계곡만 4시간반을 올랐습니다.
친구를 너무 믿은 제2산행자
4월4일에 얼음이 있다니..놀라 한 컷 했지만 올라갈수록 얼음은 깔려 있었습니다. 날은 더워 반팔 입고 싶었는데...
정비석님이 '산정무한'에서 하얀 공주로 표현했던 자작나무
세월이 좀 먹냐. 발씻고 사과 하나 먹고...나중엔 시간이 부족해 하봉에 도전하다 돌아와야했습니다.
사과 두 개 먹었으면 오늘 못 내려 왔을겁니다.
물마시는 산행기획자. 궁~디를 학 차삘라~
바위는 겨울, 물은 여름. 나는 봄.
석이버섯 맞죠?
아직 능선은 멀었지만 돌아보니 제법 아득합니다.
송두리째 뽑혀진 나무.
오르막 내리막에서 로프는 수도 없이 만납니다.
낙석지대. 거의 90도 경사로, 떨어지고 떨어질듯한 돌로 붙어있어 너무 위험합니다.
손바닥으로 기어오르다가 중간지점부터 로프를 잡고 오릅니다. 약 20미터.
드디어 능선에 올랐습니다. 건너편 칠선계곡과 이 곳 국골을 가르고 섰는 초암능선이 나를 반겨 안아줍니다.
오른편으로 늘어선 하봉. 그 뒤로 보이지 않는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집니다.
하봉에 갔다가 돌아오려했는데 낙엽덮인 얼음길이 험하고 시간에 쫓겨 중간에서 돌아와 다시 능선으로 내려갑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바람을 맞고 섰길래 가지가 한방향뿐일까. 저 멀리 성삼재와 만복대가 보입니다.
지리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영랑대에서 인증샷!
산행대장. 가슴에 힘을 줍니다. 오늘 산악회는 2명입니다.
가야할 두류봉 능선길.
석문에서
낙락장송. 산행 8시간째. 이제 지쳐 카메라를 아예 놓습니다. 그 뒤에 멋진 동굴이 나타나도,,나무로 된 곰굴이 나타나도... 실제로 새끼곰이 나타났는데도 그냥 보고 감탄만 하고 지나갑니다.
친구가 뒤에 보내온 사진 먗 장을 추가합니다.
발길을 멈추게 막아섰던 바위벽. 옆으로 기어오릅니다.
국골의 세찬 물결
비바람에 널브러진 나무
곰굴로 보이는 동굴. 실제 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새끼곰을 만났습니다.
기이한 바위벽
에필로그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베테랑인 친구도 3번이나 넘어지고 나도 손등에 무릎에 상처가 났습니다.
특히, 이끼낀 바위를 로프없이 올라가고,
조금만 건드려도 돌이 굴러떨어지는 80도 경사의 낙석지대를 오를 때,
발등을 덮어 올라오는 낙엽밑에 얼음이나 구덩이가 숨어 있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마치고
12시간의 산행뒤 산청에서의 다슬기탕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오는길에 대학친구 초상 소식이 왔습니다. 내일 발인이라길래 밤12시에 도착해 서둘러 옷갈아입고 갔더니 상을 당한 친구가 집에 들고 가 먹으라며 수육을 두 겹으로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로 챙겨줍니다. '15만원어치도 넘겠는데...' 다른 친구가 부러워합니다.
친구에게 12시간 산행뒤의 내 모습이 너무 초췌해 보였나봅니다. ㅎㅎ
그렇습니다. 내일 죽는건 보류하고 일단 수육이나 실컷 먹어야겠습니다.
참. 오늘 산행한 친구와 다시는 같이 산행 안하려 했는데 딱 한 번만 같이 가야겠습니다. 딱, 한 번만!
상 당한 친구가 건네준 수육..받고보니 너~무 많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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