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눈부신 명상입니다 / 유하

vincent7 2012. 10. 12. 16:55


눈부신 명상입니다

유하 은행잎에 그대가 물들었습니다 그대 노란 눈부심으로 거리를 떠나갑니다 온 산에도 그대가 물들어갑니다 산을 내려온 그대 물든 걸음 사뿐 강물이 받아줍니다 강물 위에 그대 떠내려갑니다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대 떠내려갑니다 지금껏 난 흘러가는 그대 붙잡으려 했습니다 지친 매미 울음처럼 붙잡으려 했습니다 아아 온 천지에 그대 수없이 물들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 떠내려가는 모습 내게 눈부심이었습니다 그대 떠나보내야 내 사랑 자란다는 걸 알았습니다 은행잎 하나에도 그대 얼굴 물드는 시간입니다 은행나무처럼 나 이제 그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대 노란 눈부심으로 나를 떠나갑니다 떠나는 그대 눈부신 명상입니다 잔잔한 강물 같은 명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