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즐거운 편지-황동규

vincent7 2012. 10. 3. 01:48

 

 

 

 

          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