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향기/산행 후기

지리산종주 (삼성재~중산리: 겨울)

vincent7 2010. 2. 16. 02:58

지리산종주-젊은자만갈수있다!!!!
   작성일 : 2001-01-26

늘 다른 이들의 글만 읽다가, 여기 글을 올립니다.
일정, 1월 22일, 월요일 출발, 1월 24일 수요일 하산
장소, 지리산 성삼재에서 천왕봉, 그리고 그 아래 중산리, 진주까지

먼저, 지리산을 종주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지리산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19년전 겁먹은 청년 시절에, 백무동에서 천왕봉으로 올라, 다시 칠선계곡을 내려왔었는데, 이제 40대 후반의 나이에, 혼자서 다시 도전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하였다. 그래서 몇가지를 먼저 쓴다.

1. 역시 천왕봉이나 대청봉이나 종주한다는 것은, 젊은이만이 가능한 일이다.
- 그러나 누가 젊은이인가는 다르다.
먼저는 육체가 젊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 한때 나도 젊을 때는 산들을 뛰어다녔고 무거운 짐을 자랑하였지만, 작년, 설악산 서북주릉을 혼자 종주할 때 만난, 노인(젊은이)으로 인하여 생각이 바뀌었다. 혼자서 다니는 두 노인을 각자 따로 만났다. 그들의 나이가 70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젊었다. 나이가 아니라 육체가 젊었다. 자기 몸을 관리하고 무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다른 젊음은 마음과 생각의 젊음이다. 할 수 있다는 생각, 모험하고 도전하고 고생하는 것이 즐겁다고 느끼는 마음과 생각의 젊음이 있어야 한다. 청년이라고 가진 것이 아니다.
세번째는 감사하는 자가 도전하고 오를 수 있다. 특히 겨울 산행에, 혼자서 하는 사람은 특히 그러하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산이 있어 감사하고, 이런 사이트에 글을 올려 주신 분들이 있어 정말 감사하고, 다녀온 사람들의 겸허한 경험담에 감사할 때,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네번 째는, 용기있는 자가 젊은이다. 그 용기는 남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겸허를 가진 용기다. 산에서 가끔 보는 용기없는 사람들은, 산장에서 술마시고 떠들어대고 자는 시간에 부시럭거리며 노닥거리는 사람들이다. 용기와 모험정신, 그것때문에 가는 것 아닌가요...
다섯번째는 자신을 믿는 자가 산행할 수 있다. 산에서 누굴 의지하거나 믿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을 배우는 것이 산행이며 특히 길고 먼 길을 가는 종주산행이다.

2. 지리산의 겨울산행에 대한 정리
- 산행에 대한 글은 이미 여러 사람이 많이 써 주셨는데, 대단히 감사했다. 단지 나는 내가 간 그 길에 대한 정리를 할 뿐이다. 혹 필요하다면 산행글을 쓰겠지만..

- 먼저 지리산은 종주하기가 쉽다는 생각을 하자.
이것은 설악산을 종주하여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설악산은 치고 올라가서 너덜지대를 다녀가야 한다. 마등령은 1275m봉을 오르는 가파른 길 등이 있고, 서북주릉에서는 1408m 주위와 귀청을 오르는 오르막길이 가파르게 있어 숨이 막히지만, 지리산은 일단은 1200m 이상에서(성삼재기준) 올라가므로, 겨우 700여m만 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르내리막있는 산등성이들을 쭉--- 가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나 장년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이다. 산행 중에 만난 사람이 10여명뿐이지만, 장터목에서는 어린 학생까지 포함한 가족도 두 가정이나 보였다. 그래서 인구비교하면 설악산보다는 지리산 방문객이 더 많다.
일단은 자신감을 갖자. 물론, 중산리에서 오를 때, 법계사에서 천왕봉을 치받는다든가 화엄사, 피아골 등에서 오를 때는 힘이 들지만, 처음 가는 이들을 위해 성삼재를 권하였을 뿌니니 오해업길바램니더.

- 준비를 많이해 갈수록 돈버는 것이고 건강한 것이다.
나는 오래전 7월 말에 천왕봉을 한신계곡으로 올랐고, 지금 1월 말에 종주하였으니, 겨울과 여름의 한 때들을 다녀왔다. 그러므로 평상시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지, 이번은 겨울산행인데다 혼자 가야 한다. 그래서 여러가지를 준비하려고 신경을 썼는데....
그러나 위에서 말한 생각들을 가지고 준비하였는데, 사실 일이란, 준비과정이 일이지 막상 일할 때는 그것들을 모른다.

- 지리산을 갈 분이라면, 이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의 하나이라는 것이다.
지리산의 기온이 밤에 영하 20-25도, 낮이 영하 7-10도였다. 노고단에서 잠을 잤는데, 가장 좋은 시설에 가장 따뜻한 밥을 해 먹을 수 있었다(취사장에 물과 스팀까지 나온다. 그러나 장터목같은 곳은 여기에 비하면 지옥이다. 밥을 안먹고 자는 게 낫지..).
이 낮은 기온이 오히려 좋다는 말이다. 지금 지리산은 온통 하얀(누런 것이 아닌) 눈으로 가득한 곳이다. 성삼재(나는 승용차를 가지고 올라갔다. 그날은 길이 잘 뚫려 올라갔다. 눈이 온 다음날에는 차가 안다니니, 결국 화엄사길로 올라가야 한다)에서 내려서 중산에 올 때까지, 단 한 번도 흙을 밟지 않았다.
바닥에 보통 눈이 20-30cm는 더 되는 눈이 쌓인 그 위를 가고 있다. 날이 차가우니 녹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눈 위를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 눈도 깨끗하다. 그러므로 눈이 녹지 않은 지금이 오히려 산행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렇게 생각하자. 여러 글에서 나왔듯이 지리산의 길이 어디가 계곡이고 줄을 잡고 가야 하고 가파르고 .... 하지만, 온통 눈으로 길이나 계단이나 쌓였고 굳어졌다(녹았다는 말이 아니다. 녹으면 대단히 위험하다. 얼었을 테니까.). 그러므로 눈 위를 계속 가니까 사실 다른 길에 대한 위험이 없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또한 한눈팔고 다른 곳들을 볼 틈이 없다. 왜냐하면, 너무 추우니까.
얼마나 추운지. 장갑(등산전용장갑)을 뺐다가 귀가리개를 만지는 10초도 안된 사이에, 손가락, 등이 얼어서 감감이 없다. 장갑을 끼어도 통증을 느낄 정도로 아려온다. 그러므로 둘러본다거나 간식을 꺼내거나 혹은 다른 것을 할 생각이 없다. 수통(난 군용을 쓰고 있다)이 얼었고, 콧물이 나오는데, 왼쪽 코가 얼어서 코피나는데, 그것이 얼어서 나온다. 콧구멍에 나온 물이 얼어있다. 실감이 납니까?).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강도들이 쓰는, 안면마스크입니다. 앞에 그것을 잘 소개하셨는데, 그만 준비 못하고 갔다가, 하산하여 올 때까지 고생했어요, 마스크(천원짜리) 가져가서 한 번도 못썼었어애, 안경을 쓰거들랑요....
사진을 찍으려고 수동카메라(아주 무거운 것)을 가져갔는데, 그만 차에 두고 잊었어요, 다시 가져가려다가 성삼재 산길을 밤에 왔기에, 그냥 두고 갔는데, 그것이 잘됐죠, 셔터누를 힘도, 촛점잡으려고 움직일 손가락도 못꺼내니까요. 그런 생각도 못하죠...
- 여기서 첨가할 것은, 춥다고 내복을 바지까지 입지는 말라는 것이죠. 운동할 때 내복을 입고 운동하지 못하죠. 등은 배낭에 두꺼운 옷들을 입었으니 항상 젖어있는 상태인데, 특히 다리는 계속 오르는 길을 가므로, 무릎 관절이 편해야 하는데,
내복은 일단은 뻑뻑하고 공기가 안통하고 답답하다. 그래서 벗으니 잘 가게 되었다. 나는 하도 사람이 없어, 연하천에서 벽소령 가는 길에서 내복을 벗고 바지만 입었는데, 그 이후부터 종주가 편해졌고 가벼웠다.
(하도 추위를 잘 타서, 여러 해 전에 대청봉 등반 중에 10월 초순에 내복 입었다가 죽을 뻔 했어요, 덥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땀에 차서...)

-노고단에서 새벽 5:10에 출발하여, 화개재에 7:50에 도착하였는데, 그 과정에 헤드랜턴을 썼지만, 영하 25도 였으니, 랜턴 밧데리가 정상작동이 안되어, 평상시 3-6시간 쓰는 것이, 62분만에 멈췄다. 여분까지 1시간씩밖에 못썼으니, 나머지 한 시간은 달빛도 없는 깜깜한 밤길을 걸었다. 눈길을 감을 잡아 갔다. 그러므로 헤드랜턴과 밧데리를 여분있게 준비하자(물론 핸드폰도 꺼놓고 가야한다. 12시간 이상 대기할 것이 40분만에 사라졌다)

-눈길을 말하였는데, 이것을 기억합시다. 사람이 다녀간 길만 길이고 나머진 길이 아니죠.
그런데, 그 눈길의 폭이 25-30cm에 불과해요(이보다 적다고 느낄 수도). 사람이 평지를 걸을 때는 일자보다는 팔자걸음을 하는데, 눈길에서는 일자로만 갈 수밖에 없어요. 더 넓게 가려면, 좌우에 30cm 이상 쌓여 눈벽이 된 그 벽에 발이 닿으면서 넘어지거든요. 혹 기우뚱하다가 다른 길을 밟으면, 최소 허벅다리까지 눈에 푸-ㄱ 빠져요, 그러면 힘들고 어지럽죠.
그러므로 주어진 좁은 길을 가기 때문에, 제일 먼저 고관절 부분에 통증이 오기 쉽다. 그러므로 걸음걸이를 조심하고, 눈길을 가는 동안, 한눈팔지 말자. 이것 저것 만지다가 그 좁은 길에 두꺼운 신발이 닿아 곧잘 넘어지거나 기우뚱하다가 관절 이상이 온다.

- 또 한 가지는, 눈길이니까 당연히 두 가지를 생각하겠죠? 하나는 스패츠, 또다른 하나는 아이젠.
근데, 스패츠는 처음부터 차고 가는 것이 좋다. 온통 눈이니까. 이 눈은 적어도 몇 주는 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 등반이 좋다. 스패츠가 싫지 않다. 간편하고 깨끗하니까(여기서 샀는데... 제일 싼 것을.). 아침나절에는 안차도 되지만, 낮에는 꼭 차야 한다. 한 낮에도 영하지만 태양은 따뜻하니, 녹아내리는 부분이 있어, 잘못 디디면 눈이 신발에 들어온다. 낮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이젠은 안차는 것이 좋다. 난 아이젠을 차면 발목과 관절, 무릎에 무리가 온다. 아이젠은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한 번도 안찼다. 안찬 내가 차고 가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편하고 무리없이 다녀왔다. 젊은 사람이 아이젠을 차고 가다가 관절이 아파하는 것을 여러번 봤다. 그러나, 여러분이 갈 때 혹 눈이 녹아내렸던 곳을 가거나,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갈 때는 아이젠이 반드시 필요하다. 얼음에는 신발바닥이 가장 힘을 못쓴다. 중산리 내려올 때 꼭 20분만 썼는데, 필요할 때마다 끼고, 빼고 하면서 할 수 있는 한 쓰지 않았다. 허지만 그래도 발목과 관절이 아플 정도다.

- 스틱을 여기서 레끼 제품을 샀는데, 참 유용하게 썼다. 스틱을 굳이 살 필요까지는..... 하고 생각하기를 20년 살았는데, 평상시 나무를 잘라 지팡이 했었다. 그런데 팔, 어깨, 허리까지 담이 들기가 수차례. 그럴 바에야... 하고 장비를 샀는데, 쿠션이 있어 힘을 분산시켜 주고, 위험할 때는 나를 잡아주었다. 예를 들어 눈길을 내려올 때, 스틱을 앞에 먼저 찍고 내려오다가 발이 미끄러지면 스틱에 걸려서 더이상 내려가지 않는다. 잘 쓰면 생명을 구한다. 그런데도 팔, 어깨가 전혀 아프거나 통증이 없다. 헌데,한 개만 가졌는데, 더 사야겠다. 두 개를 스키타듯 가져가야 더 안전하고 편하다는 것을 알았다. 장비는 많을수록 몸에 좋다!

- 나침반을 지리산에서는 전혀 쓸 기회가 없다. 설아산에서는 나침반이 없이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지리산은 그럴 필요 없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할만큼 많고 많이 다녀와서 길이 뚜렷하고, 또 산이 단순하여 가는 곳이 뻔히 바라다 보인다.
- 작년에 설악산 3개 능선 종주를 할 때, 거의 맨손에 다녀왔기 때문에 다음의 장비를 정리하였다(구입바라는 것이 아니니 오해말기를). - pro trek casio 420 시계, 나침반 두개(suunto, m-1), 스패츠, 장갑, 스틱, 잠벌란 등산화, 귀가리개, 모자(겨울용 두꺼운), 군용벨트에 수통. - 무거운 것이 싫어서 허리에 매고 다니려고.. 그리고 프로 힐 컵
- 여기서 귀가리개는 꼭 가져가야 한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추위에 귀가리개는 춥다는 생각을 안가지게 해 주었다. 다음은 프로 힐 컵인데, 가장 싼 것을 사서 발뒤꿈치에 깔고 갔다. 이것이 좋은지는 쓴 사람들마다 말할 것이지만, 난 마운틴의 권고로 샀는데, 아주 유용하였다고 할 수있다 그것은 다리 전체에 오는 무리한 걸음과 산행에서 오는 힘들을 관절과 무릎을 통증없게 분산시켜줘, 지금까지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 새벽에 왔지만... 친구분이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깔창을 소개하려고 한다.

- 식사 문제이다.
추우니까 식사는 정말 간단하면 좋겠지만, 장터목 산장에서는 식사하기가 어렵다. 힘들여 왔는데, 물을 길으러 가파른 길을 100m 내려가란다. 가다가 다리아파 미칠 지경이었다. 안먹고 말지... 하고 눈을 퍼서 끓어 먹었다. 안먹고 잤고, 안먹고 아침에 길을 떠났다가 다른 곳에 가서 끓여먹었다. 장터목 취사장이 얼마나 추운지 알지요?
그러나 노고단이나 장터목이나 18도를 유지해 주어 따뜻하게 잤기 때문에 피로가 빨리 풀어졌다.

- 천왕봉에서 중산리 하산.
이 길을 가신 분이 많겠지만, 가파르다. 게다가 온통 눈이니 자일 타고 내려갈 때는 정말 빨리 갈 수 있다. 법계사까지는 오히려 쉽다. 어쩌다 아이젠을 썼다. 그런데, 법계사 아래 대피소(아지트?)에서부터는 길이 미끄러워 반드시 아이젠을 차야 한다. 눈이 녹은데다가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 얼음이 얼었다.

- 물 문제를 생각하자. 물은 종주 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장터목에 가서 잘 분은, 미리 물을 가져가자.(혹은 건강이 좋은 분은 괜찮지만)
연하천도, 세석도 다 물이 있다. 그러나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내려올 때는 법계사까지 물이 없다. 그러니, 법계사로 내려올 때 물 없는 분은 그 길로 법계사 안으로 들어가 맨 위 법당 옆에 있는 바다에 덮어놓은 물을 떠서 그 아래 대피소에서 밥해 먹는 게 낫다.

- 중산리 대피소에서 중산리 버스터미널까지 15분, 다 왔다고 할 그 때가 가장 위험할 때, 아스팔트 평지를 내려오는데, 약간 얼은 곳에서 쭐뜻... 넘어진다... 대단히 위험했다. 지리산 종주 중 가장 위험한 때는 평지의 얼음을 지날 때였다. 배우는 것이 많다.


중산리에서 진주까지 1:40, 진주에서 다시 가는 곳으로.....
1.22월, 오후 7:10 성삼재 도착, 8시 노고단 머뭄.
1.23, 화, 오전 5:10 노고단 출발, 7:50 화개재 도착, 이어서 10:35 연하천산장 도착, 여기서 점심먹고 짐 정리하다가 시간 흘러감. 11:45-1:40,벽소령대피소. 3분 휴식, 세석도착 4:45, 계속 장터목으로 가니, 6:25이었다. 이미 해는 졌다. 밧데리도 없다. 잘 도착하였다. 구리고 잤다. 따뜻하게.

간식- 염분이 없으니 구역질이 나고 밥맛이 없다. 그래서 다시마를 잘라서 가져갔고, 항상 먹었다. 그래서 밥맛도 좋았다. 사탕, 쵸코렛등, 이런 것이야 더 잘 아시겠지만...

일용용품- 휴지가 있다. 그러나 더 중요히 여기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물휴지다(스카치,크리넥스, 하기스 등에서 나오는 10개, 30개짜리) 그 추운 산에서 세수,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