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비에 젖고 있다
김 지 향
해가 하늘 밖으로 나와도
해에게 업혀있는 구름은 마르지도 않고 비를 만든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온다
비는 하늘 마개를 열어놓은 채 연거푸 내려온다
나무 아래 불법 침입한 나는 나무 잎사귀를 머리에 씌운다
비는 나무 잎사귀도 패대기쳐 눕혀버린다
나무, 바람, 공기, 사람을 몽땅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비에게 얹혀있는 어둠도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사람 몸속에 들앉은 가슴도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비는 혼자 귀밑머리 하나도 젖지 않고
여름 속으로 유유히 흘러들어간다
여름이 마구잡이로 비에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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