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가슴에 묻은 김치국물/손택수

vincent7 2012. 6. 20. 01:38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치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치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치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치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