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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 등로로 세석 오른 뒤 절경의 능선길 따라 천왕봉 오르기

vincent7 2012. 6. 20. 00:46

 

원점회귀 코스 2선ㅣ거림~세석~장터목~천왕봉 코스]

 최단 등로로 세석 오른 뒤 절경의 능선길 따라 천왕봉 오르기

 

거림~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로 도는 이 코스를 원점회귀라 하기는 뭣하다. 그러나 중산리에서 내대리는 능선 하나 너머이고 무엇보다 세석대피소나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 하는 산행은 지리산 주릉 종주의 맛과 천왕일출까지를 짧은 기일에 큰 무리 없이 맛볼 수 있는 매력만점의 코스라는 점에서 일부러라도 엮을 만하다. 중산리로 하산 이후, 거림이나 중산리의 민박집 아니면 식당에 부탁해 차를 가지러 가도록 한다. 민박 예약이나 식사 전에 미리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정 어려우면 시천면소재지의 택시를 부른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 거림마을을 기점으로 하는 거림골 코스는 봄에는 철쭉, 겨울에는 설화터널로 이름난 세석평전으로 오르는 최단 등로로 꼽힌다. 세석대피소 직원들에게도 주등로여서 폭설 직후 칼바위·하동바위 코스와 더불어 눈길이 가장 빨리 뚫리는 코스이기도 하다.

거림골은 큰 거(巨), 수풀 림(林)자를 쓰는 계곡답게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여름철에는 따가운 햇살을 피하면서 주능선에 오를 수 있는 산길이기도 하다. 거림골 초입에서 오른쪽(북동쪽)으로 갈래 치는 도장골은 예전 전문 등산인들이 꼽는 비경의 코스였으나 지금은 통제돼 들어설 수 없다.

거림골 코스는 산행 기점인 거림마을(해발 약 620m)에서 세석(1,601m)까지는 1,000m 가까이 고도를 올려쳐야 하지만 해발 약 1,075m 높이의 북해도교에 이를 때까지의 계곡 길이 완만하게 이어지고, 이후 된비알 지능선 길을 20여 분 올려치고 나면 곧 설화 풍광이 환상적인 촛대봉과 지리 주능선이 바라보이면서 가슴이 벅차 오르고 왼쪽 트래버스 길로 접어들면서 경사가 완만해진다.


▲ 1 촛대봉에서 세석대피소로 향하는 등산인들. 왼쪽 멀리 반야봉이 바라보인다. 2 등산인들에게 중요한 식수원 역할을 하는 세석천. 세석대피소 아래 거림 코스 길목에 있다. 3 거림계곡 주변에는 반달가슴곰이 서식해 정규등산로를 벗어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4 눈꽃이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세석 부근의 철쭉 터널.

 

 

세석 철쭉밭은 설화터널로 탈바꿈

마을 주차장에서 식당가를 빠져나가면 골짜기가 펼쳐지면서 ‘세석 6km’ 안내판이 선 갈림목에서 길이 두 가닥으로 갈린다. 여기서 왼쪽 길을 따라 들면 곧 개울을 건너서고, 마지막 민박집이자 식당인 솔바구산장에 닿고 이후 계곡 길로 들어선다.

거대한 바윗덩이가 골을 메우고 숲 무성한 계곡 길은 첫 번째 목교 직전까지 1시간 이상 지속된다. 산길이 뚜렷하고 완만해 큰 힘 들이지 않으면서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지계곡에 걸쳐 있는 목교를 건너서면 골짜기는 급속도로 좁아지고 북해도교를 건너서면서 급경사 지능선 길로 접어든다.

된비알을 20분 가까이 올려친 다음 능선마루에 올라서면 산길은 곧 왼쪽으로 트래버스하면서 널찍한 공터에 닿는다(거림 3.9km, 세석 2.1km). 공터 위쪽에는 죽은 나무를 여러 개 포개 샛길 통행을 막아놓았다.

공터를 지난 이후 나무 다리 3개를 건너면서 왼쪽으로 계속 트래버스하는 사이 영신봉에서 삼신봉으로 뻗어나간 남부능선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곧 남부능선과 내대리 일원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조망처에 닿는다. 거대한 새가 나는 듯 좌우로 날개를 펼친 삼신봉 능선이 웅장하게 바라보이는 곳이다.

마지막 다리인 세석교를 건너 해발 1,400m대에 올라서면 구상나무가 간간이 나타나면서 제법 높이를 올렸다는 느낌이 들고, 구상나무와 철쭉나무가 무성해지면서 설화터널이 반겨주기도 한다. 이어 세석을 500m 남겨놓은 갈림목(세석 0.5km, 거림 5.5km, 청학동 9.5km)에 올라서면 세석으로 이어지는 숲터널 길로 접어들고, 설화나 상고대가 만발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숲터널을 빠져나가면 세석샘 앞에 닿고, 세석평전 뒤편에 자리 잡은 세석대피소가 빤히 바라보인다.

장터목으로 가려면 세석대피소 직전 갈림목(장터목 3.4km, 천왕봉 5.1km)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새롭게 심은 구상나무와 철쭉나무가 뒤섞인 사면길을 오르노라면 촛대봉 일원뿐 아니라 등 뒤로 영신봉에서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의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풍광이 가슴 설레게 하기 마련이다.

촛대봉(1,703m) 안부는 늘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곳으로 설화뿐 아니라 바위 크랙에 눈과 얼음이 박힌 모습이 수석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촛대봉에서 제법 긴 설화 숲을 지나노라면 안부로 내려서면서 오른쪽으로 써리봉에서 구곡산으로 이어지는 황금능선을 비롯해 지리 남부 일원의 수많은 능선들과 멀리 금해와 삼천포 앞바다까지도 바라보여 다시 한 번 가슴 벅차게 한다.

‘장터목 1.4km’ 팻말을 지나쳐 구상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는 삼신봉 암봉 위에 올라서면 연화봉(1,730m)과 그 뒤로 제석봉(1,806m) 위에 불쑥 솟구친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1,905m)이 바라보이고, 뒤돌아서면 영신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까지 뻗은 지리 주릉이 빤히 바라보인다.

암봉을 지나면 널찍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연하봉 첫 번째 암봉을 왼쪽에 끼고 안부로 올라서고, 두 번째 암봉을 오른쪽에 끼고 돌아서면 장터목으로 곧장 이어지는 능선길로 접어든다. 이 능선을 따라 10분쯤 내려서면 장터목대피소에 닿는다.

거림마을에서 세석대피소까지 눈길이 잘 닦여 있다면 3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점심 이후 산행을 시작한다면 세석대피소를 첫날 숙박지로 삼고, 아침 나절에 산행을 시작한다면 세석에서 약 2시간 거리인 장터목대피소를 숙박지로 삼도록 한다.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 후엔 대개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일출을 보러 새벽길을 나선다. 2월은 7시경에 해가 뜨므로 5시쯤 일어나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6시경엔 대피소를 나서야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대피소에서 정상까지는 40분~1시간 걸린다. 만약 밤새 눈보라가 몰아쳤다면 대피소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려 능선의 상고대 풍광을 즐기는 편이 훨씬 더 낫다.


▲ 1 바람에 날린 눈이 문양석을 만들어놓은 촛대봉 안부 일원. 2 천왕봉 길목을 상징하는 통천문. 3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서는 등산인들. 4 지리산자연휴양림의 산막들.
 
천왕봉 정상 하산길목은 정상 비석 지나 북동쪽 바로 밑 안부에서 남쪽이다. 정상의 북서풍이 아무리 매서워도 이 남사면 길로 내려서면 이내 잦아든다. 로터리대피소까지 가파르고 중간에 빙판이 진 곳도 많으므로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로터리대피소 앞에는 식탁이 마련돼 있고 취사가 가능하다. 대피소 직전의 길 왼쪽 옆에 샘터도 있다.

로터리대피소 이후로는 길이 완경사로 변한다. 1시간쯤 내려가면 구름다리에 이어 칼바위를 지나며, 그 후 30분쯤 가면 중산리 탐방지원센터로 내려선다. 이후로도 버스가 다니는 중산리 대형 주차장까지는 다시 20분쯤 걸어야 한다.
 

    

 

  교통


진주→거림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06:10, 90:05, 12:05, 15:00, 17:00 출발. 1시간30분, 6,000원. 진주터미널 055-741-6039

거림→진주·마산·부산
버스 종점에서 07:30(진주·마산), 10:50(진주·마산·부산), 13:40(진주), 16:50(진주), 18:40(진주)발 노선버스 이용.



숙식

진주발과 진주 경유 노선버스가 닿는 거림마을 일원에는 거림민박(055-972-1145), 계곡민박(972-1187) 등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민박업소들이 있으나 대부분 낡은 편이다. 맨 위쪽에 위치한 솔바구산장이 그나마 널찍한 주차장을 갖추고 쾌적한 편에 속한다. 식당에서는 대개 촌닭백숙(4만 원), 촌닭불갈비(4만 원), 산채비빔밥(6,000원) 같은 메뉴를 취급하며 등산인들을 위해 주먹밥(4,000원)을 만들어 내놓는 집도 있다.

중산리 교통 숙박은 천왕봉 1박2일 가이드 참조. (p.161) 



[명소]


지리산 청정계곡에 조성된  지리산자연휴양림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국립지리산자연휴양림(055-963-8133, www.huyang.go.kr)은 지리산 주능선을 이루는 형제봉~벽소령~덕평봉 능선 북쪽에서 발원한 거의 모든 물줄기가 모여드는 골짜기에 위치해 지리산 특유의 넉넉함과 수려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4인실(6동·비수기 주중 3만2,000원/주말·성수기 5만5,000원), 8인실(1동·5만 원/8만5,000원), 10인실(1동·7만 원/11만 원), 휴양관 5인실(4실·4만 원/7만 원), 7인실(8실·5만 원/8만5,000원), 연립동 6인실(2실·4만 원/7만 원), 8인실(4실·6만 원/10만 원), 9인실(2실·6만 원/9만8,000원) 등의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300원.

휴양림 들머리의 에델바이스펜션(055-963-2117), 자연소리(055-964-2313, 011-408-2312)도 깨끗한 숙박업소들이다.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에서 인월사거리를 거쳐 지리산국립공원 방향인 60번 지방도로를 따라 6km쯤 가면 산내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5km 더 진입해 마천면소재지 직전(도로가 왼쪽으로 휨) 오른쪽 다리(가흥교)를 건넌 다음 3.5km 들어가면 송아삼거리다. 왼쪽 길은 백무동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을 따라 3km쯤 더 올라가면 삼정리 버스 종점에 이르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왼쪽 음정마을 길로 들어선 다음 계곡가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르면 휴양림이 나온다.



[ 미니 인터뷰 ]


 “반드시 예약 후 찾아주세요”

박덕수 장터목대피소 팀장


봄·여름·가을에는 평일에도 빈 자리가 없을 만큼 탐방객이 많이 찾습니다. 낭패를 겪지 않도록 꼭 예약 후 찾아 주십시오.”

‘장터목’은 장이 서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다. 장터목은 그만큼 지리산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무엇보다 중산리와 백무동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길목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2층 구조에 정원 135명 규모의 장터목대피소를 직원 5명과 함께 2년째 관리하고 있는 박덕수 팀장은 “예약도 예약이지만 예약을 해놓고 전화 한 통 없이 투숙하지 않는 이들도 문제”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지리산 내 8개 대피소 중 예약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실제 투숙률도 가장 높은 대피소인데도 80%밖에 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

김덕수 팀장은 대피소 이용자들에게 공공질서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다른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말아줄 것과, 투숙자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반드시 가지고 하산해줄 것”을 부탁하며 “특히 겨울에는 낙상과 해가 저문 뒤 일어나는 조난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랜턴 없이 올라왔다 하산길에 오도 가도 못해 관리소나 119구조대에 전화하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지리산은 큰 산입니다. 동네 뒷산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 글 한필석 차장 사진 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