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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조선에서 태어나 스물일곱 짧은 생을 살다 간 천재시인 허난설헌. 빼어난 미모, 탁월한 지적능력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여자로 평가받는 사람. 왕실의 공주라 해도 남성과 대등한 글공부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시절에 동생 허균과 함께 시를 배우고, 여덟 살에「백옥루 상량문」을 지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녀가 남긴 빼어난 시편들은 중국과 일본에 까지 전해져 수많은 이들을 매료시켰고 지금까지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허난설헌 연구학회가 이어질만큼 문학사적으로 큰 조적을 남겼다. 그러나 조선이라는 닫힌 땅에서 그 녀의 삶은 처절한 비애의 연속이었다. 후대의 실학자 박지원마저 “아녀자가 시를 씀은 옳지 못하다. 재주있는 여자들은 난설헌의 삶을 경종으로 삼으라”했을 만큼, 문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남성중심의 조선에서는 철저히 버려진 이름이었다.
그 비운의 천재시인, 난설헌이 수백년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태어났다. 77세의 작가, 최문희. 딸로,아내로,어머니로 살았지만 자기 안의 창작의 불꽃을 외면할 수 없어 50이 넘은 나이에 소설을 쓰시 시작한 작가. 뒤늦게 시작한 소설이 혹여 가족들에게 불편을 끼칠까 두려워 자신의 서재 하나 없이 작은 상 하나를 들고 다니며 숨죽여 소설을 써왔다. 남성 중심의 닫힌 시대에 살고 있었지만 가슴 속에 활화산을 품고 살았던 난설헌의 삶을 만나고 소설을 쓰면서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진정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되었고, 난설헌이야말로 우리 역사가 잊고 있던 가장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녀는 손가락으로 바윗돌에 새기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혼불」의 작가 최명희처럼, 꼼꼼하게 바느질하듯 허난설헌의 일생을 직조해냈다. “한 여자의 인생을 이만큼 꼼꼼히 바느질 솜씨로 이야기의 육체를 완성하긴 쉽지 않다(박범신 소설가)” “내 유전자 속에 난설헌의 슬픔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전경린 소설가)” “허난설헌은 두 번 태어났다. 사백여 년전에 한 번, 작가 최문희에 의해 또 한 번(하성란 소설가)” 등등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으며, 2011년 수많은 문학상 수상작 중 최단기간 5만부를 돌파하며 대중적 인기까지 동시에 증명하였다.
“나에게는 세 가지 한(恨)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이라고 외쳤던 여인. 허난설헌은 여자의 삶이 오로지 복종과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했던 시대에 깨어있는 자유로운 혼이었다. 그 녀는 서릿발처럼 모진 시집의 냉대, 자신에게 등돌린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 친정을 향한 애달픈 그리움, 어린 자식들을 모두 잃고 흘리는 피울음에도, 원망이나 분노로 자신의 예술혼과 자존감을 흩트리지 않았다. 어떤 고통도 난설헌의 영혼을 마모시키지 못했다. 그런 고통의 마디들은 난설헌으로 하여금 한 줄의 시어(詩語)를 붙들게 만들었고, 곡기를 끊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그 시를 가슴에 품고 스러져갔다. 그 광경은 억압받은 영혼이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 지존이며, 여자 천재시인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래서 난설헌의 자유로운 혼과 피는 까미유 끌로델, 시몬 베유, 나혜석, 전혜린 과 닮아 있다. 소설「난설헌」은 세상 모든 여자들의 슬픔과 꿈을 간직한 소설이다. 동시에 그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스물일곱의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우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자, 난설헌이 올 겨울 세상 모든 여자들의 가슴 속에 다시 뜨겁게 살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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