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처마 끝에 걸린 남도의 봄과 차향
[[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해남 두륜산]
전남 해남의 두륜산(頭輪山 700m)은 남쪽으로 달리던 백두산 기운이 호남정맥을 지나 땅끝으로 빠져들기 전 정성스레 빚은 명품이다.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 도솔봉 등 여덟 봉우리로 둘러싸인 산기슭엔 서산대사가 일찍이 "천년 병화(兵火)가 미치지 않아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을 땅"이라 말한 대흥사가 깃들어 있다.
서산대사의 말씀을 증명이라도 하듯 용틀임하는 형상의 두륜산 산줄기에 포근히 안겨있는 대흥사(大興寺) 가는 길. 동백꽃이 이른 봄부터 늦은 봄까지 오래도록 피어 있다고 해서 장춘동(長春洞)이요, 아홉굽이 깊은 숲길이라고 해서 구림구곡(九林九曲)이라고도 하는 계곡길 양쪽엔 하늘 향해 쭉쭉 뻗은 아름드리 측백나무와 편백나무가 가득하다. 그 너머로는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동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가만히 숲속을 들여다보면 바닥엔 핏빛 동백꽃이 가득하다.
영화 < 서편제 > 와 < 장군의 아들 > 을 촬영했던 전통고택인 유선여관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면 숲 그늘에 수십기의 부도가 모여 있는 부도밭이 보인다. 이곳엔 임진왜란 당시 승군을 이끌고 나라를 구한 서산대사를 비롯해 대흥사가 배출한 13대 종사와 13대 강사의 부도가 있다.
가련봉과 두륜봉이 수호신처럼 굽어보고 있는 대흥사의 중심 전각은 대웅보전. 풍수에서 '소의 젖무덤 자리'라고 전한다는 명당이다. 경내로 들어가 해탈문 우측으로 걸으면 은은한 차향이 번지는 동다실이다. 바로 옆엔 성보박물관도 보인다. 이 박물관은 서산대사의 금란가사ㆍ옥발ㆍ수저ㆍ신발ㆍ염주ㆍ교지 등이 갖춰져 있는 서산관, 초의선사의 차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초의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라 말기에 세워진 대흥사는 조선시대 서산대사로 인해 당대 최고 가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임진왜란 때 73세의 노구로 1500명의 승병을 이끌고 위태로운 나라를 구하는 데 큰 힘을 보탠 승병장 서산대사는 묘향산 원적암에서 입적할 때 제자인 사명당에게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해남 두륜산에 두라고 유언했다. 서산대사가 입적한 후 제자들은 유언을 따랐고, 구국의 영웅을 모신 이 절집은 이후 크게 일어나 13대 종사와 13대 강사를 배출하게 된다.
이런 유서 깊은 절집답게 대흥사 경내엔 유심히 살필 편액도 여럿이다. 백설당에 걸린 무량수각 편액은 추사 김정희의 친필이고, 대웅보전은 이광사의 글씨, 가허루는 이삼만의 작품이다.
표충사(表忠祠)는 서산대사를 모신 사당. 대사의 위국충정을 기리고 그의 선풍이 대흥사에 뿌리내리게 한 은덕을 추모하여 제자들이 1669년에 건립했는데, 정조대왕이 친히 표충사라 사액했으며, 나라에서는 매년 예관과 헌관을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
표충사 앞엔 편안한 표정으로 차단지를 들고 앉아계신 노스님의 동상이 있으니 바로 초의선사다. 16세에 출가한 후 40여년간 일지암에서 다선삼매(茶禪三昧)에 들었던 선사는 시와 글과 그림에 능통한 명인이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다도(茶道)를 정립한 다성(茶聖)이었다.
초의선사가 머물던 일지암(一枝菴)은 두륜봉 가는 산길의 해발 350m쯤 중턱에 있다. 일지암으로 가는 길. 동백꽃 피고 지는 연둣빛 숲길을 20분쯤 걸으면 어느새 차향 그윽하게 풍겨오는 초가 암자다.
39세 때인 1824년(순조24) 이곳에 띳집을 지어 머물던 조선 후기의 선승 초의선사는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등 당대 거유들과 사귀며 다도와 선불교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 차향과 맛이 우수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 동다송 > 과 < 다신전 > 은 '차의 경전'으로 일컬어지는 저술로 평가된다.
초의선사는 < 동다송 > 에서 '찻잎을 따는 데 그 묘(妙)를 다하고, 만드는 데 그 정(精)을 다하고, 물은 진수(眞水)를 얻고, 끓일 때 중정(中正)을 얻으면 체(體)와 신(神)이 서로 어울려 건실함과 신령함이 어우러진다. 이에 이르면 다도는 다하였다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근래엔 여연 스님이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지암에 머물며 초의선사의 '달빛 젖은 차'를 끓이려 애쓰기도 했다.
대흥사~일지암 왕복은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두륜산 능선에 오르지 않으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두륜산 정상에 서면 섬들이 모여 있는 다도해 풍광을 두눈에 담을 수 있다. 한반도 땅끝까지 이어진 산줄기와 남해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 보길도 너머로 추자도, 그리고 날씨가 맑으면 제주의 한라산도 보인다.
두륜산엔 여러 코스가 있지만 대흥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면 대흥사~오심재~능허대~가련봉~가련봉~두륜봉~구름다리~일지암~대흥사 회귀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주릉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대흥사 집단시설지구에서 출발해 고계봉(636m) 정상 아래 해발 570m 지점까지 케이블카가 이어진다. 케이블카~고계봉~오심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구름다리~일지암~대흥사 코스는 대략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대흥사 문화재관람료 성인 2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케이블카 요금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 케이블카 운행시간은 08:00~18:00. 대흥사 종무소 061-534-5502, 두륜산케이블카 061-534-8992 www.haenamcablecar.com
●교통
서해안고속도로→목포 나들목→2번 국도→성전면→13번 국도→해남읍→806번 국도→두륜산 숙박단지 < 수도권 기준 5시간 30분 소요 >
●숙박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엔 두륜각(061-535-0080), 영빈장(016-534-0076), 대성각(061-535-4700, 대흥각(016-535-1551), 남국장(016-535-3955), 그린장(061-533-3344), 낙원각(061-535-4302), 동일각(061-534-2223) 등 숙박업소가 많다.
●별미
대흥사 입구의 유선여관(061-534-2959)은 영화 < 서편제 > 를 촬영하기도 한 전통 한옥. 남도의 온갖 반찬이 올라오는 특별한정식이 4인 기준 한상(8만원)으로 나온다. 숙박손님에게 아침 7000원, 저녁 식사가 1만원. 숙박비는 2인1실 기준 3만원.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에 전주식당(061-532-7696) 등 산채 요리를 차리는 식당이 많다. 산채비빔밥 1인분 7000원.
●참조
두륜산 도립공원관리사무소 061-533-0088
민병준여행작가
출처 : 시인의 향기
글쓴이 : 김귀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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