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되새기고 싶은 글

안수동, ‘비탈에 서다’ 중에서

vincent7 2018. 7. 5. 09:43




 

 

 

 

비탈에 서다

 

   

이제는 등 뒤도 돌아보아야겠다

살다 보면 내게도 소나기가 오겠지만

잎을 적시고 있는 이슬로도

숲은 목을 축이고

 

눈 한번 감았다 뜨는데 

달은 한 달이나 걸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 작은 것들도 주머니에 챙기면서

뒤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보는 거야

시린 밤에 등불 켠 별이

 

앞만 밝히는 것은 아닐 테다

별빛도 헐떡이며 오른 어둠의 등 뒤로

비탈들이 있었고

거기를 건넜기에 저 별도 빤짝이는 거지.



 

- 안수동, ‘비탈에 서다’ 중에서 -





Moonnight Dance / Pr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