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지다
영화주의자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먼 타국에서 전해온 고인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은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큰 충격이었다"며
"생전 오직 영화와 영화제 만을 생각하며 지내오신 고인의 삶을 너무나 잘 알기에
사무국 직원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넋을 잃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창설멤버이자 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하는데 있어
초석을 닦으신 분"이라며 슬픈 마음을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또 "이런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건,
우리에게 행운이자 특권이었다"며
"영화제 모든 직원들은 앞으로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에
매우 공허하며 비통함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칸 현지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빈소는 부산 광안리 서호병원 장례식장 VIP실에 마련되며 발인은 오는 29일 오전 11시다.
이날 정오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장지는 정관 부산추모공원이다.
부산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칸영화제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나는 부산영화제는 물론 부산에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이름만은 낯설지 않다.
내게 그가 쓴 책이 있기 때문이다.
1995년에 출판된 <홍콩영화의 이해> (김지석, 강인형 공저). 홍콩영화 100년의 역사가 매우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그간 많은 책을 사고 또 선물로 주고, 보관이 여의치 않아 많이 버리기도 했지만
이 책만은 여전히 내 책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 꽂혀 있다.
요즘도 홍콩영화를 보고 나면 습관적으로 이 책을 뒤적이기도 한다.
아, 생각해보니 이 책은 내가 산 책이 아니다.
첫직장이었던 방송프로덕션에서 무협영화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자료조사차 회사에서 사놓은 것이다.
나는 그 다큐멘터리에 조연출로 참여했는데,
어쩌다보니 이 책을 아직까지도 내가 갖고 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사람들은 '영화주의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칸 영화제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영화주의자라니... 그의 마지막 길에 자꾸 마음이 흔들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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