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누구든 떠나갈 때에는/류시화

vincent7 2015. 12. 26. 11:17

 

 

 

 

 


 

누구든 떠나갈 때에는/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