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가난한 새의 기도 / 이해인

vincent7 2015. 12. 12. 18:50

 


        가난한 새의 기도 / 이해인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