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낸사람
- : 따봉 <vincent607@daum.net> 15.02.10 18:48 주소추가 수신차단
받는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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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날짜 |
: 2015년 2월 10일 화요일, 18시 48분 55초 +0900 |
- 보낸사람
- : 따봉 <vincent607@daum.net> 15.02.10 18:48 주소추가 수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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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집을 짓는 사람들
어둠이 내려오면 종이 집을 짓고 날이 밝으면 종이 집을 허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날마다 저녁에 집을 짓고 아침이면 다시 집을 허무는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노란 스쿨버스가 그들을 데리러 오기에 집을 짓지 않는다. 집 없는 사람이라 불리는 그들이 모여 사는 곳은 천사들(Los Angeles)이라는 이름표가 걸린 다운타운의 중심거리이다. 주변엔 도매상가가 형성되어 있고 여행객들과 집 없는 이들을 위한 큰 빌딩도 있다. 나그네를 위한 쉼터(Midnight Mission), 몸을 씻을 수 있고 음식을 먹여주고 따스한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어도 그 주위에 서성일 뿐 안으로 들어가길 꺼린다. 그렇다고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어 쉼터 가까운 거리에 무리를 이루고 살아간다.
첫 미국 방문길에 우연히 다운타운을 지나며 상가 담벼락에 줄지어 서있던 그들을 보았을 때 어떻게 이 길을 지나다니나 두렵기만 했는데, 사람의 일은 모를 일이어 오랜 세월 일터를 오가는 길이 되었다. 토박이들은 나름 활동하는 영역이 있는지 얼마동안 보이지 않으면 감옥에 다녀왔다고 스스럼없이 안부를 전해주었다. 대부분 별스럽지 않은 일로 동료끼리 칼을 들고 싸움을 해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부족한 것이 별로 없는 그들이 유독 좋아하는 것이 있다. 새 운동화를 즐겨 신고 밤낮으로 끼고 다니는 라디오를 잠든 사이 훔쳐가는 사건으로 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옷은 지천으로 널려있고 무료급식으로 나누어주는 빵 덩이가 여기저기 굴러 다녔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독한 술 한 병에 마약이었다. 그러기에 정해진 시간에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구속이 싫은 것이라 했다.
그들 중엔 잊혀 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사거리 신호등 아래 햇볕이 쨍한 날에도 여전히 검정우산을 쓰고 앉아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하는 흑인여인이 있었다. 삼백 예순 날 똑같은 모습으로 무엇을 꿰매는지 곁에 쌓아둔 보따리가 점점 늘어났다. 저러다 다리가 펴지지 않아 자리보전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던 여인. 출근길에 어쩌다 음식을 건네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했는데 언젠가는 사과를 갖다 주니 싫다고 거절을 하여 그 후론 선뜻 먹을 것을 주기가 어려웠다. 이제와 생각하니 어쩌면 치아가 좋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겨울, 건너편에 흑인 할아버지가 비를 맞으며 카트를 잡고 일어서려다 미끄러지고 그러기를 여러 차례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한 묘한 통증이 퍼져나갔다. 빨리 달려가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신호등이 바뀌기 전에 노인은 간신히 일어나 서서히 멀어져 가고, 내 무딘 마음에 생전 처음으로 진정한 연민의 정을 느낀 사실에 멍하니 서 있던 할아버지의 기억이다.
아침 출근길에 어디선가 ‘지금 나오세요?“ 앳된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가끔 제 정신이 아닐 때는 영어로 마구 욕을 해대는 한국아줌마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예쁘장한 모습이 세월이 갈수록 주름이 늘어가고 주차장 울타리에 옷을 줄줄이 널어놓고 주위를 가장 추저분하게 만드는 여인이었다. 일부러 지저분하게 산다는 그녀의 말에 스컹크의 악취를 닮은 자신만의 방어법인가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날마다 휴일일 것 같은 그녀가 하루는 휴가를 간다며 샌프란시스코 친구 집에 며칠 다녀온단다. 거기 가면 친구가 전기밥솥이 있으니 밥을 지어 이 김치만 있으면 같이 먹을 거라고 쓰레기통에서 주은 김치그릇을 들고 자랑이었다. 그런 차림새로 누가 차를 태워주어 먼 길 가느냐는 물음에 여행을 갈 때는 목욕단장하고 때론 라스베가스까지 다녀오곤 한단다. 남이 먹다 버린 김치 몇 쪼가리에 행복한 그녀는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 담배 한 가치가 피고 싶다는 그녀를 위해 간혹 점심 일인분을 사 주었을 뿐이다.
나의 인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십오 년의 세월, 천사들의 거리를 작별하던 날에도 비가 간간이 뿌렸다. 마지막 인사라도 나누고 작은 도움이라도 줄까 싶어 아줌마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차를 타고 근처 몇 불럭을 돌아보아도 늘 머리에 리본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그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름이라도 물어볼 것을, 그냥 내 마음대로 ‘순이 아줌마’라고 불러주던 그녀. 소유가 거추장스러워 집시처럼 마냥 자유롭게 살고 싶은 거리의 천사가 된 여인. 맨 바닥에 종이 집을 집고 썰물처럼 빠져 나간 다운타운 밤거리를 유영하는 그들의 영혼은 자유로울지 몰라도 냉기에 시달리는 육체는 검불처럼 힘이 없다.
요즘 몇 년 만에 다시 가보는 꽃시장 가는 길엔 순이 아줌마를 찾아 다운타운 거리를 두리번거린다. 비가 오는 이 밤에 그녀는 자유를 이불삼아 어디서 곤한 몸을 쉬고 있을지 생각이 난다. 문득 오래 전 브라질의 상파울루(São Paulo) 낯선 거리에서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처마 밑에 비 그치길 기다리던 기억이 떠오른다. 네 살배기 딸아이가 눈 반짝이며 하던 말이 “ 엄마, 거지들은 참 좋겠다. 비와도 집에 안가도 되니. 그치?”
무소유가 행복한 그들처럼 자유롭고 싶은 오늘, 종일 비가 줄기차게 오니 그들은 종이 집마저 짓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거세지는 밤비소리는 헛된 집착의 종이 집을 어서 거두어 드리라고 재촉하나 보다.
<에세이 21> 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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