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의 유래
언제부턴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 그 유래에 대해 궁금해 본 적이 없다고요?
단순하게 숫자 '4'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한 분들도 계실테고,
휴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달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4월은 잔인한 달'이란 구절은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에서 유래합니다.
T.S 엘리엇은 미국계 영국 시인이자, 극작가이자 문학 비평가로 <황무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황무지 / T.S 엘리엇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 했다.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다.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이하 생략)
T.S 엘리엇의 <황무지>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단테,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을 시 곳곳에 인용하고 있습니다.
전편 433행으로 된 장시로 영국 현대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4월은 잔인한 달> 이라는 유명한 시구로 시작되는 엘리어트(Thomas Steams Eliot)의 <황무지>는
<사자의 매장> <체스놀이> <겁화의 설교> <수사> <뇌신의 말> 등 5장 433행으로 되어 있다.
그는 황무지로 변한 현대 서구문명과 인간사회를 묘사함으로써,
이 불모지의 메마른 땅 위에 신의 자비로운 비가 내릴 것을 희구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읊었다.
이 시의 주제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같이
근대 도시생활의 추악함이나 일반적 인간의 타락을 미와 추, 절망과 동경, 모랄과 반모랄이라는
비연속의 연속에 의하여 극적으로, 또는 의식과 무의식의 교차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시 전편을 통해서 T.S.엘리어트는
과거 인류의 역사를 압축하여 현대인의 정신의 불모지를 그 역사적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현대사회의 <황무지>는 인간이 선과 악의 의식을 잃고, 정신적 불모 속에서 가라앉는다고 보았던 것이다.
엘리어트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기 이전에는 많은 낭만파 시인들이 4월을 예찬하였었다.
그러나 1922년에 발표된 '황무지'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화된 정신적 공황상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하였다.
즉, 인간의 마음은 황무지처럼 여전히 황폐한데,
자연은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4월이 더욱 더 잔인하게 느껴졌으리라.
이후 많은 사람들이 '황무지'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을 자주 인용했고,
그래서 억울하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던 것이다.
-참조 : 모더니즘에 대하여-
토머스 엘리어트 (Thomas Stearns Eliot, 1888.9.26~1965.1.4)

※ 모더니즘에 관하여
1930년대 공감각(복합감각)적 이미지즘과 회화성을 중시한 모더니즘의 대표적 문인들로는
프랑스의 P.발레리, 영국의 T.E.흄, T.S.엘리엇, H.리드, 헉슬리 등의 이론과 작품의 영향을 받은
정지용(鄭芝溶) ·김광균(金光均) ·장만영(張萬榮) ·장서언(張瑞彦) ·최재서(崔載瑞) ·
김기림(金起林) ·이양하(李敭河) 등이 있다.
김기림의 장시 《기상도(氣象圖)》(1936)는 엘리엇의 《황무지》의 영향을 받은 당시 모더니즘의 대표작이며,
김광섭(金珖燮) ·김현승(金顯承) 등의 시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1950년대의 김수영(金洙映) ·박인환(朴寅煥) ·김경린(金璟麟) 등과
‘후반기’ 동인들에 의해 모더니즘 시운동이 전개되었다.
1960년대의 ‘현대시’, ‘신춘시’ 동인들은 1930년대의 모더니즘시가
상실했던 상징적 내면의식과 초월의식을 형상화하려 했다.
최초로 모더니즘을 도입한 시인은 최재서이며,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은 이미지즘과 주지주의를 파고 든 '바다와 나비'를 쓴 김기림 시인이고,
모더니즘의 작품화에 성공한 시인은 회화성에 기초한 이미지즘의 김광균과 다다이즘적 성향이 엿보인 이상 등이다.
1년 365일, 매일, 매일이 소중하지 않은 날이 어디 있을까요.
4월이 잔인한 달이란 표현은 '오래된 시구'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 4월은 잔인하지 않게,
계획한 바 모두 이룰 수 있는,
즐거운 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의 향기 > 찻잔 속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인비의 `청어 이야기' (0) | 2014.05.03 |
---|---|
그리움의 향기 / 이해인 (0) | 2014.04.11 |
벚꽃에 관한 진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 20곡 (0) | 2014.03.31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김정한 (0) | 2014.03.27 |
미국 전역을 울리고 감동시킨 이야기 브랜든 포스터 (0) | 2014.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