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

vincent7 2014. 3. 27. 22:02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께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