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가을 여행은 혼자 떠나세요 / 이수

vincent7 2013. 11. 11. 23:00

 

 




가을 여행 - 이 수
가을 여행은 혼자 떠나세요.
기차를 타는 게 좋겠지
일렁이는 가을, 낙엽 지는 
가을 속으로 
소리 없이 떠나세요.
찰랑이는 은빛 억새 머릿결 흔들며
환영할거에요.
가다가 간이역 만나거든 잠시 내려서
낮선 풍경과 인사하고
코스모스 구절초 꽃길을 걸어보고
말갛게 서 있는 허수아비도 만나보고
스쳐가는 바람결도 만져보세요
어디서 왔느냐고
바람이 물으면 바람 따라
모르는 곳에서 왔다고 하세요.
어디로 갈 거냐고 물으면
모르는 곳으로 갈 거라고 말하세요.
저녁노을이 기다리고 있어요.
기찻길 끝나는 풍경에서
마른 이파리 이고 서있는 가을 나무가 
발그레 볼 붉히며 수줍은 미소로
그대와 친구 하고
저 산 너머 미궁迷宮으로 가자고 할게요.
가을 여행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끝없는 미로迷路이거든요.


 



헤세의 가을


하.염.없.이 안개 속을 걷는다. 바닥에 깔린 희뿌연 추억의 그림자를 밟고 과거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다.

나의 삶이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후회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어차피 안개 속을 헤매다가 낙엽이 지듯 그렇게 마감하는게 인생이다.

헤세도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시로 그려놓지 않았던가



안개 속을...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비롭도다
덤불도 돌도 모두 쓸쓸해 보이고
나무들도 서로 보지 못하니
모두가 혼자로다.
나의 삶이 빛날 때는
세상이 친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제 안개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이 어둠을 모르는 사람은
정말 지혜롭다 할 수 없다.
피할 길 없이 조용히
만물에서 떠나게 하는 이 어둠을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비롭도다
인생은 쓸쓸한 존재
아무도 서로를 알지 못하니
모두가 혼자로다.
- 헤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