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찻잔 속의 글

가을 바람 편지 /이해인

vincent7 2013. 10. 24. 23:05

 

 

 






   가을 바람 편지 /이해인 




   나는 모든 꽃을 흔드는 바람이에요.

   당신도 꽃처럼 아름답게 흔들려 보세요.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믿음과 사랑의 길에서

   나는 흔들리는 것을 많이 두려워하면서

   살아온 것 같네요.



   종종 흔들리기는 하되 쉽게

   쓰러지지만 않으면 되는데 말이지요.



   그렇게 순하게 아름답게 흔들리면서

   이 가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가을엔 사람과 삶에 대한 그리움을

   멈추지 않는 용기를 지니려고 합니다.

   내 안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무어라 이름 지울 수 없는 빛깔입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어떤 빛깔일까요?

   담백한 물빛? 은은한 달빛?

   아니면 향기롭게 익어가는 탱자빛?

   터질듯한 석류빛?

   무슨 빛깔이라도 좋으니

   아름답게 가꾸시고 행복하시고

   제게도 좀 보내주실래요?



   우리 모두 바람 속에

   좀 더 넓어지고 좀 더 깊어져서

   이 가을이 끝날 때 쯤 다시 만나요.








   ♪ Autumn - Tol & T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