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서정주

vincent7 2013. 9. 17. 21:52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 나태주 ‘추석 지나 저녁 때’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 유자효 ‘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