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 나태주 ‘추석 지나 저녁 때’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 유자효 ‘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