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돌아가야지 논밭이 묵어가는데 내 어찌 아니 돌아갈 수 있으랴 이제껏 마음은 몸의 부림을 받았으니 홀로 어찌 근심하며 슬프하고 있는가
지난날은 뉘우쳐 봐야 바뀔게 없고 이제 앞으로나 그르치는 일 없으리 길은 어긋났지만 그리 멀어지질 않으니 이제 부터는 옳고 어제까지는 글렀음을 알겠노라
조각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훨훨불어 옷깃을 날리누나 지나는 이에게 앞길을 묻노니 어스럼한 새벽빛이 안타깝구나
저 만치 집으름 처마가 보여 기쁜마음으로 뛰어서 간다 종들은 나와 반겨 맞이하고 어린 아들 문에 나와 섰네
삼경엔 잡초가 우거졌어도 솔이며 국화는 그대로이다 어린것을 이끌고 방에 들어서니 동이 가득 술이 차있네 스스로 잔을 들어 마시며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는 얼굴엔 기쁨이 가득 차누나
남쪽창에 멋대로 기대 앉았으니 방은 작지만 편키만 하다
뜰은 날마다 거닐어도 정취가 있고 문은 달았으되 닫힌체 그대로다 지팡이 짚고 다니다 마음데로 쉬고 때론 고개들어 즐거이 돌아본다
구름은 산꼴짝을 돌아 나오고 날다 지친새는 돌아올줄 아는 구나 햇볕은 어스름에 가리워 서서히 기우는데 외로운 소나무 만지며 홀로 서성이네
돌아가야지 사귐도 어울림도 모두 끓으리라 세상과 나는 어긋나기만 하니 다시 수레에 오른들 얻을게 무엇이랴
이웃과 나누는 정담이 기쁘고 비파를 타고 글을 읽어 근심을 삭히리 농부들 나에게 봄이 옴을 알리면 장차 나아가 서쪽밭을 일구어야지
때로는 천덮은 수레를 몰고 때로는 외로운 조각배를 저어 구불 구불 깊은 골짝을 찿아가고 오르락 내리락 언덕길을 지난다
물오른 나무들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샘물은 퐁퐁 솓아 넘쳐 흐른다 만물은 때를 맞아 즐거운데 삶은 갈수록 저물어 가누나
아서라 이내 몸 세상에 얼마나 머물수 있으랴 가고 머물음이 내뜻 대로 될것 아닐진데 무얼 위해 그리 서둘러 가려는가
부귀도 내 바라는 바 아니고 신선의 경지도 역시 기대 할수없는 것 좋은시절 바라며 홀로 나서서 지팡이 기대두고 김 매고 북돋운다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고 맑은 시내에 앉아 시를 짓는다 사는동안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마침내 돌아가면 되는 것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지 다시 무엇이 미심쩍으리
도연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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