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슬픔의 나이 / 김재진

vincent7 2013. 5. 24. 11:10

 

 




 

      슬픔의 나이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해서 우주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내가 네게로부터 멀어진다 해서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별을 산 위로 데려오고 너는 네 안에 있던 기쁨 몇 개 내게로 데려왔지만 기쁨이 있다 해서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쁨을 더한 만큼 세상은 아주 조금 풍요로워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꽃은 그 자리서 향기를 내뿜고 있고 둥근 나이테 새기며 나무는 조금 더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뻗을 뿐이니
      누구도 내가 초대한 이별을 귀 기울여 듣는 이 없고 사라져 간 별똥별의 길게 드린 꼬리 위로 휘황한 아픔을 새겨넣는 이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흔적 없이 지워질 것이다
      네가 내 영혼에 새겨넣고 내가 네 영혼에 조그맣게 파놓은 우물이나 그리움 같은 것들도 자국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김재진 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