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찻잔 속의 글

산에 사는 산 사람 

vincent7 2013. 3. 21. 10:23

  

 

    산에 사는 산 사람 



   1
   우리가 산을 찾는 것은
   산이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산에 푸른 젊음이 있어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 묻지 않은 사람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커다란 조화를 이루면서 끝없는 생명의 빛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고 싶다.
   그런 산에 돌아가 살고 싶다.

 

 



   2
   우리처럼 한평생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곧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벽돌과 시멘트로 된 교실에서가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숲 속에서 움텄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3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면
   속 모르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승들은 누구보다도
   산으로 내닫는 진한 향수를 지닌다.

   산에는 높이 솟은 봉우리만이 아니라
   깊은 골짜기도 있다.

   나무와 바위와 시냇물과
   온갖 새들이며 짐승, 안개, 구름, 바람, 산울림,
   이 밖에도 무수한 것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은 사계절을 두고 늘 새롭다.
   그 중에도 여름이 지나간 가을철 산은
   영원한 나그네인 우리들을 설레게 한다.

 



   4
   인적이 미치지 않는 심산에서는
   거울이 필요 없다.
   둘레의 모든 것이 내 얼굴이요,
   모습일 테니까.

   달력도 필요 없다.
   시간 밖에서 살 테니까.

   혼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얽어매지 못할 것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는 것.
   자유는 홀로 있음을 뜻한다.

 



   - 法頂스님 "조화로운 삶" 중에서 -

 

 


 


Meav - Ailein Dui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