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별 헤는 밤 / 윤동주

vincent7 2013. 3. 5. 09:45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히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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