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하

vincent7 2012. 5. 11. 11:30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하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는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현 속의 푸른색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열매의 환한 빛도 꺼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