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시름과 고민을 비우러 제주도에 가보자. 제주의 푸른 바다와 너그러운 바람을 안은 올레 길이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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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답이 있다'라는 오랜 격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길 끝에서 답을 찾는다. 바쁘게 지나쳤던 길 위에 '나'라는 답이 있음을 모르고 또다시 어디론가 바쁘게 떠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제주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제주 올레는 길 위에서 나를 만나는 여행이다. '올레'는 거리 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서명숙 시사저널 전 편집장이 도보 여행자의 천국인 스페인 산티아고를 다녀와 제주도에 길을 냈다. 원시적인 옛길, 자연스러운 흙길, 사라져가는 길을 찾아내 걷자는 취지다. 작년 9월 1코스 개방으로 시작한 제주 올레는 올 10월에는 총 10개의 코스가 완성돼 도보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8~22km로 구성된 각각의 코스는 하루에 한 코스, 많게는 두 코스를 걸으면 적당하다. 벌써 일주일 혹은 최장 20여 일을 걷는 마니아층도 생겨났고 전문가들은 최소 5박 6일 일정을 권할 정도니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으로 올레 길을 밟을 생각은 애시당초 버리자.
해안가를 따라 조그만 오솔길들이 이어지는 올레 길을 걷노라면 탁 트인 바다에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800km에 이르지만 바다를 볼 수 없는 산티아고 길에 비하면 그야말로 눈이 즐거운 걸음이다. 걷다가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한라산이 보이고 성산 일출봉과 문섬, 섭섬 등이 어느샌가 나타나 여행자들을 반긴다. 크고 작음 오름과 햇살이 쏟아지는 들판 길, 억새가 춤추는 산길과 푸른 바다를 곁에 둔 해안 길을 걷다 보면 길 위에 소똥 말똥조차 정겹다.
그동안 자동차를 타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스쳐간 제주가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니다.
한겨울 추위 걱정은 잊자. 11월에서 다음해 1월까지가 트래킹에는 가장 좋은 시기다. 제주도는 겨울에도 기온이 안정적인 데다 바람이 덜 불어서 3~4월보다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서귀포에서는 겨울에도 꽃을 즐길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떠나보자.
제주 올레 길 주요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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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초등학교-말미오름 -알오름 -중산간도로 -종달리 회관-목화휴게소-성산갑문-광치기 해변
▶ 제주 올레 길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 이 길은 오름과 바다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오름 바당 올레'다. 작고 아담한 시골 초등학교인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 거북 등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은 들판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종달리 소금밭을 거쳐 시흥리 해안도로를 지나면 다시 성산 일출봉이 눈앞에 펼쳐지는 수마포 해변에 닿는다. 길이 끝나는 광치기 해변의 물빛도 환상적이다.
제3코스 온평·표선 올레(총 22km, 6~7시간)
온평 포구-온평도댓불(옛날등대)-중산간 올레-난산리-통오름-독자봉-삼달리-김영갑갤러리-신풍리-신풍, 신천 바다목장 올레-신천리 마을 올레-하천리 배고픈다리 -표선1, 2백사장-당케 포구
▶ 중산간 길의 고즈넉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양옆에는 오래된 제주 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수목이 울창하다. 나지막하지만 전망이 툭 트인 '통오름'과 '독자봉' 또한 제주의 오름이 지닌 고유의 멋을 느끼게 해줄 것이고, 김영갑갤러리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중산간 길을 지나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바다목장 길이 열린다. 푸른 바다와 푸른 초장이 함께 어우러지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길이다.
제5코스 남원·쇠소깍 올레(총 15km, 5~6시간)
남원포구-큰엉 경승지 산책로-신그물-동백나무 군락지 -위미항 조배머들코지-넙빌레-공천포 검은모래사장-망장포구-예촌망-효돈천-쇠소깍
▶ 일출봉이 아스라이 보이는 남원포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 산책길을 지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남원읍과 해병대 93대대의 도움을 받아 8코스 개척 과정에서 사라지고 묻혀지고 끊어진 바당올레 길 3곳을 복원한 덕분에 난대 식물이 울창한 숲을 지나서 바다로 나아가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제6코스 쇠소깍·외돌개 올레(총 14.4km, 4시간30분~5시간)
쇠소깍-소금막-제지기오름-보목항구-구두미 포구-서귀포 보목하수처리장-서귀포 KAL호텔-파라다이스호텔-소정방폭포·소라의 성-서귀포초등학교-이중섭 화백 거주지-천지연폭포 생태공원-남성리 마을회관 앞 공원-남성리 삼거리-찻집 솔빛바다
▶ 해안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금막과 삶과 문화가 숨쉬는 서귀포 시내를 통과해 난대림과 천연기념물 5종이 서식하는 천지연폭포 위 산책로를 통과할 수 있는 코스다. 이중섭 생가 인근의 카페 '미루나무'와 2코스의 종점 외돌개의 찻집 '솔빛바다'는 올레꾼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으로 잠시 들러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제7코스 외돌개·월평 올레(총 15.1km, 4~5시간)
외돌개-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수봉로-법환 포구-월드컵 사거리-서건도 바다 산책길-수봉교 태우-제주 풍림리조트-강정사거리-강정 포구-안강정-월평포구
▶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제주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공물해안 길 인근의 '수봉로'와 제주 풍림리조트 인근의 '수봉교'는 제주올레 탐사팀 김수봉씨가 직접 삽과 곡괭이로 길을 내고 돌다리를 만든 것. 2008년 봄, 큰 밀물로 인해 수봉교가 수몰됐지만 그 자리에 제주 전통 뗏목인 '태우'를 타고 건널 수 있도록 해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제10코스 화순·하모 올레(총 14km, 4시간~4시간 30분)
화순선주협회 사무실-화순해수욕장-산방산 옆 해안-용머리 해안-산방산 입구-설큼바당-사계 포구-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송악산-말 방목장-알뜨르 비행장 해안도로-하모해수욕장
▶ 제주 올레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소개된 산방산 밑 소금막 항만대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국토 최남단 산이자 분화구가 있는 송악산을 넘는 것이 특징이다. 송악산 분화구 정상에서 마라도와 가파도를 가깝게 조망할 수 있고, 반대편으로는 산방산, 오름군, 영실계곡 뒤로 비단처럼 펼쳐지는 한라산 비경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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