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해남 달마산의 암봉에 제비집처럼 들어선 도솔암은 앉아있는 모양새도 아름답지만, 암자에서 굽어볼 때 해남 서남쪽의 평야와 바다가 마치 화첩을 편 것처럼 주르륵 펼쳐지는 경치가 압권이다. 밖에서 안을 봐도, 안에서 밖을 봐도 절경인 셈이다. |
외지인들에게 ‘전남 해남 땅에서 가장 이름난 곳’을 묻는다면 너나없이 ‘땅끝’을 말합니다. 땅끝마을의 유명세로 해남군이 행정지명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에서 아예 ‘땅끝리’로 바꾸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풍경만으로 치자면, 땅끝에는 이렇다 할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땅끝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한반도 땅의 최남단이라는 장엄하고 엄숙한 의미 때문이지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듯 압도적인 명성을 지닌 것들은 다른 빼어난 명소를 가립니다. 사실 해남은 땅끝이란 의미 말고도, 다양한 풍경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해남에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기기묘묘한 산세의 달마산과 넉넉하게 솟아 남녘의 산들을 굽어보고 있는 두륜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산에 깃들인 절집 대흥사와 미황사도 있고, 암봉 끝에 매달린 도솔암의 빼어난 정취도 있습니다. 또 진도로 건너가는 좁은 목에는 이순신의 명량해전의 현장인 울돌목이 있고, 녹우당에는 고산 윤선도의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부릅뜬 눈에다 수염 한 가닥까지도 생생한 자화상을 남긴 윤두서가 살았던 고택도 바로 이곳 해남에 있답니다.
초가을 햇살이 청명한 날, 해남의 달마산에 올랐다가 남쪽 암봉에 들어선 도솔암의 정취에 그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달마산의 깎아지른 바위 벼랑 사이에 차곡차곡 돌을 쌓아올려 다진 터에 자그마한 암자를 들인 곳. 허공에 떠서 손바닥만 한 마당을 거느린 도솔암에서는 이제 막 익어가는 벼들이 넘실거리는 들판과 멀리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솔암은 밖에서 그곳을 들여다보는 경치나, 거꾸로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경관이 모두 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도솔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것이 오히려 불법을 닦는 데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주제넘는 걱정도 해보았습니다.
해남 우수영 아래 진도의 녹진이 건너다보이는 곳에서 우르렁거리며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의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실 이순신 장군 유적지와 으리으리한 전승기념관은 전국 도처에 있지만, 어쩐지 ‘관제의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 그동안에는 발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을 찾은 것은 “한밤중에 울돌목에서 ‘물이 우는 소리’를 들어보라”는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썰물로 조류가 거센 시간에 맞춰 찾아간 울돌목에서는 물이 뒤집히고 끓어 넘쳤습니다. 우르릉….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의 힘찬 물살의 코앞에 내려서니 와락 겁이 나면서 숨이 차오르고 맥박이 빨라졌습니다.
해남 땅에서 만나는 풍경은 죄다 크고, 깊고, 또 유장한 맛이 넘칩니다. 소리로 치자면 가야금이나 징소리에 가깝습니다. 남도 땅에는 피아노 건반처럼 경쾌하고 가벼운 풍경은 없습니다. 그건 아마도 해남 땅이 오래 묵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일 겁니다. 절집의 현판, 바다의 물굽이, 고택의 고즈넉한 풍경에도 다 깊은 이야기가 스며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신발에 묵직하게 달라붙는 남도 땅의 붉은 황토처럼 돌아오는 길에도 쉽게 잊어지지 않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듯 압도적인 명성을 지닌 것들은 다른 빼어난 명소를 가립니다. 사실 해남은 땅끝이란 의미 말고도, 다양한 풍경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해남에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기기묘묘한 산세의 달마산과 넉넉하게 솟아 남녘의 산들을 굽어보고 있는 두륜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산에 깃들인 절집 대흥사와 미황사도 있고, 암봉 끝에 매달린 도솔암의 빼어난 정취도 있습니다. 또 진도로 건너가는 좁은 목에는 이순신의 명량해전의 현장인 울돌목이 있고, 녹우당에는 고산 윤선도의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부릅뜬 눈에다 수염 한 가닥까지도 생생한 자화상을 남긴 윤두서가 살았던 고택도 바로 이곳 해남에 있답니다.
초가을 햇살이 청명한 날, 해남의 달마산에 올랐다가 남쪽 암봉에 들어선 도솔암의 정취에 그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달마산의 깎아지른 바위 벼랑 사이에 차곡차곡 돌을 쌓아올려 다진 터에 자그마한 암자를 들인 곳. 허공에 떠서 손바닥만 한 마당을 거느린 도솔암에서는 이제 막 익어가는 벼들이 넘실거리는 들판과 멀리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솔암은 밖에서 그곳을 들여다보는 경치나, 거꾸로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경관이 모두 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도솔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것이 오히려 불법을 닦는 데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주제넘는 걱정도 해보았습니다.
해남 우수영 아래 진도의 녹진이 건너다보이는 곳에서 우르렁거리며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의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실 이순신 장군 유적지와 으리으리한 전승기념관은 전국 도처에 있지만, 어쩐지 ‘관제의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 그동안에는 발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을 찾은 것은 “한밤중에 울돌목에서 ‘물이 우는 소리’를 들어보라”는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썰물로 조류가 거센 시간에 맞춰 찾아간 울돌목에서는 물이 뒤집히고 끓어 넘쳤습니다. 우르릉….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소용돌이치는 울돌목의 힘찬 물살의 코앞에 내려서니 와락 겁이 나면서 숨이 차오르고 맥박이 빨라졌습니다.
해남 땅에서 만나는 풍경은 죄다 크고, 깊고, 또 유장한 맛이 넘칩니다. 소리로 치자면 가야금이나 징소리에 가깝습니다. 남도 땅에는 피아노 건반처럼 경쾌하고 가벼운 풍경은 없습니다. 그건 아마도 해남 땅이 오래 묵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일 겁니다. 절집의 현판, 바다의 물굽이, 고택의 고즈넉한 풍경에도 다 깊은 이야기가 스며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신발에 묵직하게 달라붙는 남도 땅의 붉은 황토처럼 돌아오는 길에도 쉽게 잊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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