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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세상에 둘이 있기 힘든 아름다운 길.`

vincent7 2010. 4. 30. 16:37

꽃은 피고 지고 길은 옷 갈아입고… 섬진강과 달리는 가장 아름다운 찻길 ‘19번 국도 하동∼구례 구간’ 

'이 세상에 둘이 있기 힘든 아름다운 길.'

섬진강 찻길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섬진강 찻길은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 강변도로다. 그 중 하동포구에서 악양들판과 화개장터를 거쳐 구례 산동에 이르는 19번 국도의 봄은 수수한 시골처녀와 세련된 도시처녀의 매력을 함께 품고 있다.




한겨울에도 초록색을 잃지 않는 19번 국도에 처음으로 피는 봄꽃은 청매화와 홍매화. 지금은 강 건너 광양 매화마을의 유명세에 빛이 바랬지만 하동 먹점마을 등은 섬진강변에서 가장 먼저 매화를 재배했던 곳. 강 건너 광양 매화마을에 시작된 광양매화문화축제는 3월 21일까지 열린다. 그러나 매화의 개화 시기가 늦어져 이달 말까지 섬진강변 곳곳에서 매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화가 하동 섬진강변을 수놓기 시작하면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꽃도 질세라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먼저 핀 매화를 시샘이라도 하듯 상위마을을 비롯해 반곡마을, 계척마을, 현천마을 등 산동면 일대의 크고 작은 마을은 콩알만큼 작고 샛노란 산수유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려 붓으로 노란 물감을 칠해 놓은 듯하다.

'산동'이란 지명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가져온 산수유 묘목을 심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례의 산동(山洞)과 중국의 산동(山東)은 한자 이름은 다르지만 산수유 주산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계척마을의 아름드리 산수유 시목(始木) 수령이 1000년 쯤 돼 전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상위마을 아래에 위치한 반곡마을의 대평교는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했던 곳으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 다리 아래 계곡은 거울 같은 수면에 가지를 드리운 산수유나무로 인해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산수유는 신기하게도 세 번이나 꽃이 핀다. 먼저 꽃망울이 벌어지면 30∼40개의 속꽃이 핀다. 이어 수줍은 듯 미소 짓는 4∼5㎜ 크기의 속꽃이 다시 터지면서 하얀 꽃술이 드러나 왕관 모양을 만들면 꽃술 끝이 또 터진다. 꽃이 열흘 이상 피지 않는 다른 꽃들에 비해 산수유꽃이 한 달 동안 피는 까닭이다.

산수유가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견두산 자락에 위치한 현천마을. 저수지가 아름다운 마을에 들어서면 돌담에 둘러싸인 함석집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마을은 노란색 물감을 칠한 듯 황홀하다. 마을 안에는 염소를 비롯한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정겹고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는 어릴 적 고향마을을 연상시킨다.

구례군은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에서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구례산수유꽃축제를 개최한다. 산수유 씨 분리, 산수유 씨앗 베개 만들기, 산수유 압화 체험, 산수유 분재 만들기 등 산수유를 소재로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한다(구례군 문화관광과 061-780-2255).

매화꽃과 산수유꽃이 지고나면 19번 국도는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동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5㎞. 이 중에서도 왕복 2차선의 벚꽃길이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갈라지는 화개초등학교 주변의 벚꽃 길은 수령 60년의 벚나무 고목들이 터널을 이룬다. 하동군의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4월 2∼4일에 화개면 차문화센터 일원에서 열리고, 구례군의 섬진강변 벚꽃 축제는 4월 3∼4일 문척면 죽마리에서 개최된다.

벚꽃마저 떨어지고 나면 19번 국도는 진달래, 개나리, 목련, 유채꽃, 철쭉꽃, 복사꽃, 그리고 배꽃이 이슬 같은 빗방울을 머금은 채 서로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린다. 소나무 두 그루가 멋스런 악양들판의 청보리는 무릎 높이로 자라고 화개천변의 야생차밭과 보리밭은 가파른 산허리를 타고 지리산을 오른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찻길인 19번 국도의 봄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출처 : 시인의 향기
글쓴이 : 김귀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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