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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치회 ▼멸치튀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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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 때쯤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은 멸치 천국이다.
물때에 따라 아침 저녁으로 포구를 쉴새 없이 드나드는 배들로 좁은 항구는 더욱 비좁아 보인다.
나른한 봄날 오후.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을 마치고 만선의 기쁨으로 가득찬 유자망 어선이 무사히 포구에 도착하면 어부들의 또다른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멸치 터는 일. 바다에서 멸치를 잡는 과정은 ‘후린다’는 표현을 쓴다. ‘후리다’는 ‘휘몰아 채거나 쫓는다’ ‘휘둘러서 깎거나 베다’는 뜻이 있다. 이렇게 잡은 멸치는 그물에 달라 붙어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건장한 어부 예닐곱명이 그물을 힘차게 털어내야 쉽게 광주리에 담을 수 있다. 그러나 멸치는 ‘터는 것’보다 ‘후린다’는 표현을 쓰는 게 더 정겹다.
그물을 맞잡은 어부들의 콧노래가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는 사람에게 흥겹게 들리지만 정작 그물을 터는 어부 자신은 죽을 맛이다.
그물에 잘려 튀어 오르는 멸치의 몸통과 머리가 뒤엉켜붙어 어부들의 얼굴은 벌겋다 못해 검게 변해 땀방울과 뒤죽박죽이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털고 나면 온 몸은 녹초가 된다. “그래도 할 만 함니더. 이게 어딘교. 요새는 고기씨가 말랐는데, 그물 가득히 멸치라도 잡으니 마음이라도 푸근하다 아잉교”
대변항은 요즘 활력이 넘친다. 한산하던 항구는 따뜻한 봄날 나들이객들로 북적대고 항구는 멸치잡이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어부들로 풍성하다.
항구를 휘둘러 자리잡은 횟집과 좌판에 앉은 할머니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것도 요즘이다. 멸치 터는 곳에서 주워 모은 멸치를 따로 한 곳에 모아 되파는 할머니들은 마냥 즐겁다.
멸치 후리는 모습을 지켜보다 그물 뒤로 떨어지는 어른 엄지 손가락 만한 공짜 멸치를 주운 나들이객들의 얼굴에도 만면의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요즘 대변항은 풍성하다. 농부들이 수확하는 계절처럼 어부들의 어깨에는 연신 흥겨움이 묻어난다.
횟집이고 좌판이고 나들이객 잡는 소리도 들썩이는 항구의 부산함을 더한다. “마~~ 그리로 간다고 별 거 없심더. 금방 후렸던 멸치라 진짜 싱싱함니더. 한 번 묵어 보이소” “횟집이나 우리(좌판)나 똑 같은 멸치라예. 한 접시 하고 가이소”
재래시장과 항구는 닮은 점이 많다. 생의 활력이 넘친다. 고즈넉한 시간이 따로 없다. 대변항도 사계절 내내 바다에서 어획하는 수확물만 달라질 뿐 삶의 에너지가 항상 넘쳐 흐른다.
항구 저편을 휘이휘이 넘어가는 느림보 햇살이 횟집 주인, 좌판의 할머니, 자녀와 함께 나들이 나온 부부, 팔짱을 낀 연인, 검붉은 얼굴의 어부와 대변항을 가득 메운 우리 이웃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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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이면 멸치축제로 들썩일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 |
◆대변항 나들이 Tip
■ 멸치 & 멸치축제
멸치는 생선이다. 가장 많은 식구와 함께 바닷속을 누빈다. 몸은 작지만 빠른 몸놀림과 생식 적응력으로 다른 물고기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 멸치는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산란한다. 요즘은 멸치잡이가 한창인 계절이다. 바닷물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요즘 난류를 타고 멸치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은 전국 유자망 어획량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우리나라 멸치잡이의 대표적 항구 중 하나다.
이처럼 매년 봄철 멸치잡이 성행하는 것을 활용해 대변항 일대에는 멸치축제가 벌어진다. 올해로 벌써 13번째다. 멸치축제의 정식 명칭은 ‘기장멸치축제&기장미역·다시마축제’다. 예부터 기장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전국적으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해 왔다. 다시마도 물론 마찬가지다. 청정해역에서 따는 다시마는 고운 빛깔 덕에 미역과 함께 이 지역의 대표적 수산물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이다. 이 축제에서는 무료로 나눠주는 멸치회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큰 돈 들이지 않아도 미역과 다시마 등을 즉석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대변항 멸치축제는 해마다 부산을 비롯해 울산, 경남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올해는 4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기장멸치축제&기장미역·다시마축제위원회(위원장 박성수)’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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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멸치축제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멸치회를 무료 시식하고 있다. |
■ ‘기장8경’
울산에 ‘울산12경’이 있듯이 울산과 맞닿아 있는 기장에는 ‘기장8경’이 있다. 달음산은 기장의 중앙에 있는 해발 586m의 산이다. 정상의 거암이 동해의 푸른 물결을 굽어보고 있는 경관이 수려한 기장 제일경의 명산이다. 여러 코스의 등산로가 있어 등산객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기장읍 연화리 마을 앞에 있는 작은 섬인 죽도도 ‘기장8경’ 중 하나다. 기장에서는 유일한 섬이다. 섬에 있는 대나무 때문에 섬의 이름이 정해졌다. 시랑대는 기장읍 시랑리 남쪽 해안, 즉 해동용궁사 옆쪽의 바위 대를 말한다. 바위에서 앞을 바라보면 동해 푸른 바다가 지평선 너머로 거울처럼 펼쳐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백사장 한가운데는 고산 윤선도가 유배지를 방문했던 동생과 이별한 삼성대가 있는 일광해수욕장, 장안천(박지천) 상류로 경관이 수려한 장안사 계곡, 폭포의 물보라가 마치 영롱한 구슬이 돼 날고 튕겨 선녀의 옷자락처럼 나부낀다는 홍연폭포, 옛날 매바위 넓은 대에 두루미가 둥지를 짓고 살았다는 소학대, 아름다운 송림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의 두 자를 따 이름 지은 임랑해수욕장도
‘기장8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