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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봄맞이

vincent7 2010. 4. 3. 08:31

구례의 봄맞이
봄은 사람의 마음 속에 찾아들기에 앞서 자연에 먼저 든다. 지리산 남서 자락에 위치한 전남 구례에도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리산 높은 봉우리엔 아직 흰눈이 쌓여있지만 구례읍을 휘감고 도는 섬진강은 소리를 내며 흐르기 시작했다. 강변 들판에도 물이 올라 촉촉해졌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다.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 꼭대기에 있는 ‘사성암’은 봄이 오는 길목을 지켜보기 좋은 곳이다.

# 사성암

사성암을 찾아가는 길은 힘겹다. 그만큼 길이 가파르다. 산꼭대기 절벽 끝 바위 위에 절묘하게 자리 잡았다. 바위를 병풍 삼아 암자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어떻게 지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절벽에 붙은 모습이 신기하다.

사성암은 거대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멋스러운 암자다.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건립했다는 이 암자의 원래 이름은 오산암. 이후 의상대사를 비롯해 원효, 도선, 진각 등 4인의 명승이 수도를 했다 하여 사성암(四聖庵)이라 불리게 됐다. 6채가 올망졸망 들어서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살포시 모습을 감추고 수줍게 고개만 내민 시골처녀 같다.

사성암은 여느 절과 달리 넓은 마당이 없다. 대신 가파른 돌계단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양 옆으로 1m 높이의 돌담을 쌓아놓았다. 돌담 위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을 기원하며 이름을 적어놓은 기왓장이 가지런히 포개져 있다. 주소지도 전국 곳곳이다. 멀리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충청도, 제주도, 그리고 경북, 대구 주소도 보인다. 계단 하나하나가 기원의 계단 같다. 무슨 소원이 그리 많을까. 언뜻 보니 가족 건강을 비는 소박한 염원을 담은 내용들이 많다.

그 계단을 올라 약사전에 오르면 곡성 쪽에서 흘러와 한 굽이 꺾이며 구례 쪽으로 내닫는 섬진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잡힌다. 아늑하고 다소곳한 섬진강 물결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남도의 숨결인 듯 푸근하다.

병풍처럼 둘러진 암벽에는 4m 높이의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돼 있다. 원효대사가 수행 중 손톱으로 긁어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마애불이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약사전 안으로 들어가야 유리벽을 통해 자비로운 미소로 서 있는 부처를 온전히 볼 수 있다. 은근히 신비감이 비쳐지는 마애불이다.

지장전으로 가는 길도 정성이 가득한 돌계단이다. 108계단이다. 지장전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면 갑자기 세상이 환해진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구례읍내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멀리로는 지리산의 주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아래 너른 벌판 한 가운데 구례읍내가 손바닥만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평화롭고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시름이 한꺼번에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섬진강은 가까이서 볼 때도 좋지만 멀리서 볼 때 더 섬진강답다. 한 폭의 동양화다.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변에 촌락을 이룬 농가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앉아 정담을 나누는 모습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섬진강은 여인의 어깨선처럼 부드럽다. 지리산의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푸른빛의 강줄기가 마치 밥짓는 연기처럼 아스라하다. 강이 들판을 적시며 흘러내리는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도선국사가 수도했다는 하는 도선굴. 한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통로를 걸어가 허리를 굽혀 굴 속으로 들어가니 촛불이 켜져 있다. 천장은 커다란 돌이 바위와 바위 위에 얹혀 있는 모양으로 하늘이 보일 듯 말 듯 하다. 옆 바위틈으로 아래 세상이 훤하게 보인다.

발 아래로 섬진강 드라이브길과 하동의 넓은 악양벌이 한눈에 펼쳐진다. 무등산까지 이어지는 산자락과 지리산 연봉도 내려다보인다. 지리산 높은 봉우리는 아직 눈으로 뒤덮여 있다.

# 피아골 고로쇠마을

지리산의 봄을 알리는 것 중 하나가 고로쇠 수액이다. 지리산 남서쪽 자락의 피아골은 고로쇠 물이 많이 나기로 이름난 골짜기다. 작물의 하나였던 피를 많이 재배하던 곳이라는 뜻의 ‘피밭골’에서 유래한 피아골은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 피아골 마지막 마을인 토지면 내동리에 가면 제철을 만난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다.

고로쇠 수액은 추웠다가 낮에 따뜻해지면서 바람이 없는 날 많이 나온다. 나무 밑동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투명한 호스를 끼워 비닐봉투를 매달아 두고 물을 받는다.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고로쇠 수액은 미네랄 성분이 일반 물의 40배나 함유돼 있어 위장병, 변비, 고혈압 등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수요량이 급증하고 있다. 신선한 고로쇠 수액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거나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50여년간 고로쇠 수액 채취를 해 온 강만석(70)씨는 “어린 나무보다는 고목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이 진하고 당도가 높다”며 “이곳 피아골엔 100년 이상 된 고목들이 깔려 있어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피아골 고로쇠 수액 채취는 3월 말까지 계속된다. 1.5L짜리(PET병) 12개에 5만5천원. 문의: 061)782-7879, 782-8106(피아골고로쇠작목반)

◇ 찾아가는 길

88고속도로를 이용, 남원나들목에서 빠져나온 후 구례읍으로 간다. 구례읍에서 사성암까지는 5km 남짓하다. 피아골 고로쇠마을은 구례읍에서 하동쪽으로 20여km 떨어져 있다. 마을 아래에 있는 연곡사에 들러 부도(浮屠`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넣고 쌓은 둥근 돌탑)를 구경하는 것도 잊지 말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도가 있는 절이다. 가는 길은 섬진강변. 드라이브길로 손색없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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