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 수천만년 파도가 만든 또 하나의 일만이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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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는 단발령을 넘고 내금강을 통과해 외금강, 그리고 해금강을 두루 여행하며 신필(神筆)을 휘둘렀다.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도달하는 최단 코스다. 반면 기자는 양평-홍천-인제-진부령을 거쳐 통일전망대 앞마당 남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 수속을 밟고서야 민통선지역과 비무장지대을 넘을 수 있었고, 다시 북측 CIQ에서 삼엄한 검사를 받고서야 금강산 관광단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에는 단점과 더불어 장점도 있게 마련이다. “내금강 쪽으로부터 금강산에 들어가게 되면 첫 대면에서 숨막히는 충격으로 감관이 마비되어 외금강 쪽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금강산을 읊은 역대 문사들의 시문이나 화가들의 그림에서 내금강을 소재로 한 것이 많고 외금강 쪽을 소홀히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최완수,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 중에서) 북한은 군사보안을 이유로 남한 사람들의 내금강 접근을 아직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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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금강에 있는 구룡폭포<작은사진>는 개성 박연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더불어 조선 3대 폭포로 꼽힌다. 암벽에서 폭 4m의 거센 물살이 74m를 내리꽂힌다. 구룡폭포 아래는 깊이 13m의 연못이 패여있다. 구룡연(九龍淵)이다. 구룡연에는 또다른 조선 화가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 스스로 한쪽 눈을 찔렀다는 최북(崔北·1712~1786)이다. 이 광기(狂氣)의 화가가 늦가을 친구들과 금강산에 왔다. 금강문 아래를 지나 옥류동, 채하봉, 장군봉, 비로봉, 옥녀봉을 지나 구룡연에 도착한 최북. 돌연 “천하명사 최북이 천하의 명산 금강에서 죽으니 족하다”며 폭포로 몸을 날렸다. 다행이 옷이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은 건졌다.
금강산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비무장지대 안 해안가에 해금강(海金剛)이 있다. 금강산 줄기가 동쪽으로 뻗어나가다 바다와 부딪혀 솟구친 끝자락이다. 맑고 고요한 물 속에서 작지만 강건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금강산 1만2000 봉우리를 그대로 축소해 물에 담가둔 형국이다. 봉우리 사이를 거닐다보면 내가 신선이 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신선의 세계로 흘러들어온 것인지 헷갈리고 또 헷갈린다.
해금강이 세상에 알려진 건 불과 300여년 전이다. 숙종 24년(1698년) 3월 고성군수로 있던 남택하(南宅夏·1643~1719)가 찾아내고 “금강산의 얼굴빛과 같다” 하여 해금강이라고 이름붙였다.
해금강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삼일포(三日浦)가 있다. 호수 주위가 10리, 주변에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화강암 봉우리 36개가 둘러서 있다. 호수 한가운데 바위섬은 사선도(四仙島)다. 신라 시절, 화랑(花郞) 넷이 수려한 풍광에 매료돼 돌아가는 것도 잊고 3일씩이나 놀았다는 고사(故事)가 깃든 섬이다. 삼일포라는 이름도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호수를 감싼 산책로가 시작하는 지점에서 북측 여성 봉사원들이 막걸리를 4달러에 팔았다. 안주로는 숯불에 구워 먹음직스런 돼지고기 꼬치(2달러), 감자지짐(1달러)과 생두부(1달러)가 있었다. “맛이 좋습니다, 선생님, 드셔보세요”라고 소리치는 봉사원들을 뒤로 하고 산책로를 걸었다. 호객(呼客) 소리가 잦아들었다. 화랑들을 홀린 그때 그 고즈넉함이 돌아왔다. 별안간 안개가 끼고 비가 쏟아졌다.
● 예약: 출발일 10일전에는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증명사진, 인적사항 등을 제출한다. 당일 또는 1박2일 관광일 경우 오전 6시30분까지, 2박3일 관광은 오후 2시까지 강원도 고성 금강산콘도에 집결해야 한다. 2박3일 관광에는 서울~고성 교통편이 포함되기도 한다. 1박2일 상품 20만~32만원, 2박3일 29만∼54만원. 식사(10달러), 교예단공연(25달러), 삼일포관광(1만원)은 따로 낸다. ● 문의: 현대아산 금강산관광(02-3669-3000, www.mtkumgang. com), 금강산닷컴(02-739-1090~2, www.e-geumgangsan.com) ● 이것만은: 버스 이동 중에는 절대 사진을 찍어선 안된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만 있어도 버스를 멈춰 조사하기도 한다. 160㎜ 이상 망원렌즈는 가져갈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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