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vincent7 2017. 5. 30. 20:20






            





          +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겨울 한밤 귀뚜라미 거미줄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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