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조그만 사랑노래...황동규

vincent7 2017. 4. 24. 22:20







+ 조그만 사랑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송이 눈.







 + 더 조그만 사랑노래 / 황동규


아직 멎지 않은
몇 편(篇)의 바람.
저녁 한끼에 내리는
젖은 눈, 혹은 채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녹아 한없이 달려오는
물방울, 그대 문득 손을 펼칠 때
한 바람에서 다른 바람으로 끌려가며
그대를 스치는 물방울.





 



+ 더욱더 조그만 사랑노래 / 황동규


연못 한 모통이
나무에서 막 벗어난 꽃잎 하나
얼마나 빨리 달려가는지.
달려가다 달려가다 금시 떨어지는지.

꽃잎을 물 위에 놓아주는
이 손.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 Laura Fy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