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슬픔...오세영

vincent7 2015. 9. 19. 08:57

 

 

 

 

 

견고한 슬픔 2

 

 

 

슬픔

 

 

                                                                              - 오세영

 

 

비 갠 후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먼 산은 가까이 다가서고

흐렸던 산색은 더욱 푸르다.

 

 

그렇지 않으랴,

한 줄기 시원한 소낙비가

더렵혀진 대기, 그 몽롱한 시야를

저렇게 말끔히 닦아 놨으니.

 

 

그러므로 알겠다.

하늘은 신(神)의 슬픈 눈동자,

왜 그는 이따금씩 울어서

그의 망막을

푸르게 닦아야 하는지를,

 

 

오늘도

눈이 흐린 나는

확실한 사랑을 얻기 위하여

이제

하나의 슬픔을 가져야겠다.

 

 

  

 

 

< Amazing Grace / Giovanni Marradi >

 

 

슬픔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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