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류시화

vincent7 2015. 9. 9. 20:46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 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
두리번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