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 속의 산 5선
두발로 딛고 서서 산을 읽어내다
↑ 감은사지의 동서탑.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 이후에 세워진 석탑의 기본이 되었다.
01/경주 남산(494.6m)
불국토를 향한 마음의 길을 따라 가네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는 언제 찾아도 식상하지 않은 여유와 부드러움을 가진 곳으로, 아직도 신라인들의 체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도시 곳곳에 유물과 유적이 산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남산은 경주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경주 남산은 그리 크지도 경치가 빼어나지도 않지만, 이곳에는 겨레의 꿈이 어린 신화가 존재하고, 종교가 숨쉬고, 예술 문화가 깃들어 있다.
↑ 보물 제913호인 마애여래좌상
경주 남산의 금오봉(471m)과 고위봉(494.6m)을 중심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는 쉰 개가 넘는 계곡을 만들었다. 신라 법흥왕 14년(527)에 불교가 공인된 뒤로 남산은 부처가 머무는 영산으로 신앙처럼 떠받들어져 수많은 절과 탑이 세워지고 불상이 조성되었다. <삼국유사>에 '절들은 별처럼 벌려있고, 탑들은 기러기 날아가듯' 했다고 전해질 정도. 지금은 많이 닳거나 사라졌지만, 아직도 골짜기 곳곳에는 불상 80여 체, 탑 60여 기, 절터 110여 개소 등 수많은 불적들이 남아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밀집도와 다양성 덕분에, 남산을 비롯한 경주는 '역사유적지구'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남산의 여러 유적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가깝다. 눈과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인공 조형물이 아닌 자연으로 처마가 이루어진 바위 아래에 불상을 조각했는가 하면, 기존 봉우리의 바위를 하층기단으로 삼아 웅장함을 표현했다. "이들이 박물관에 있으면 미완성이지만 이 봉우리 위에서는 완성품"이라고 했던 어느 사학자의 말처럼, 이곳의 모든 유적들은 남산의 자연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신라인들의 지혜로움이며, 그들이 염원했던 불국토의 모습이 아마 이러했으리라 짐작된다.
정일근 시인은 <길-경주 남산>이라는 시에서 '마음'이 길을 만든다고 했다. 마음의 눈을 뜨고 산이 사람들에게 풀어 놓은 실타래 같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 선인들이 믿었던 이상향에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마음이 길을 만드네
그리움의 마음 없다면/누가 길을 만들고/그 길 지도 위에 새겨 놓으리
보름달 뜨는 저녁/마음의 눈도 함께 떠
경주 남산 냉골 암봉 바윗길 따라/돌 속에 숨은 내 사랑 찾아가노라면
산이 사람들에게 풀어놓는 실타래 같은 길은/달빛 아니라도 환한 길
눈을 감고서도 찾아갈 수 있는 길
사랑아, 너는 어디에 숨어 나를 부르는지
마음이 앞서서 길을 만드네/그 길 따라 내가 가네
정일근 시 <길 - 경주 남산>
↑ 용장사지 삼층석탑 아래에는 목이 없는 석불좌상이 처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산길
경주 남산은 해발고도가 낮은 만큼 산행 시간도 짧은 편이다. 통일전을 들머리로 할 경우, 칠불암과 백운암을 거쳐 틈수골로 내려오는 코스는 7.5km, 금오산을 올라 약수골로 내려오는 코스는 5km, 전망대~장창지~일성왕릉~창림사지~나정으로 연결되는 코스는 7.5km다. 보리사를 기점으로 장창지~부흥사~포석정으로 이어지는 코스와 용장마을~고위산~백운암~관음사를 거쳐 다시 용장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는 각각 8km에 이른다. 남산의 주능선을 밟고 유물유적을 둘러보려면 냉골에서 출발해 상선암~상사바위~이영재~칠불암~염불사지로 내려오는 종주코스가 좋다. 이 코스는 12km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종주산행 시 상선암과 칠불암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다.
교통
자가용 이용 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IC를 빠져나와 7번 국도를 따른다. 국립경주박물관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다 통일전 화랑교육원 방향으로 들어가면 공용주차장이 나온다.
대중교통 이용 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06:10부터 23:55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4시간 정도 소요되며, 요금은 일반 2만4백원, 우등 3만3백원, 심야 3만3천3백원. 기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경부선KTX를 타고 동대구에서 환승한다. 서울-동대구 약 2시간, 동대구-경주 약 1시간 10분 소요되며, 환승 시차 2~30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평일 일반실 기준 4만 6천원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시내에서 월성로를 따라 남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박물관 내에는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를 비롯하여 고선사터 삼층석탑(국보 제38호), 천마총 출토 금관과 모자 등의 유물과 남산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도 전시되고 있다. 관람시간은 09:00~18:00이며, 토요일 및 공휴일은 1시간 연장한다. 또한 3월~12월 중 매주 토요일에는 21:00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매년 1월 1일 및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gyeongju.museum.go.kr
02/남해 금산(681m)
쪽빛의 남쪽 바다가 없다면 금산 또한 없으리
↑ 금산 부소암에서 내려다 본 노도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유명하다. 앵강만의 풍광이 아름다운 이 섬에서 그는 <사씨남정기>와 <서포만필>을 남겼다.
남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금산(錦山)은 이곳 섬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신령하게 섬겨온 산이다.
'남해'라 발음하기도 전에 울컥 치밀어 오르는 눈부신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뭍사람들은 그냥 금산이라 부르지 않고 꼭 '남해 금산'이란 네 음절을 고유명사처럼 부르길 좋아한다. 이성복의 시<남해 금산>의 유명세도 그 이름을 굳어지게 하는 데 단단히 한몫을 했을 것이다. 남해 금산, 그 이름 속에는 먼 길을 달려온 사람들에겐 '쪽빛 남쪽 바다가 없으면 금산도 없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 이름은 어떤 형식이든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의 본래 이름은 보광산. 신라 문무왕 3년(683년)에 원효대사가 현 보리암의 전신인 보광사를 지으며 산 이름도 그리 지은 까닭이다.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이 있는 보광궁에서 그 의미를 가져온 덕인지, 보리암은 동해 낙산사의 홍련암, 서해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불린다. 하지만 고려 말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며 '왕이 되면 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조를 하며 산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쓰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산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영험한 '기도발'에는 영향이 없었는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큰일을 앞두고 금산으로 가 기도를 올린다.
제 몸으로 낳은 바위들이 품은 전설과 저마다 가슴에 사연을 하나씩 품은 사람들의 염원이 모아진 아름다운 산길을 걸어 오르면 어렵지 않게 탁 트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금산은 처음부터 바다를 전제로 오르는 산이다. 산사람보다 먼저 섬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치맛자락 허리춤에 질끈 동여매고 오른 산.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관세음보살을 향한 사바세계 사람들의 고단한 기도가 파도소리처럼 끊임없이 출렁이는 곳. 그들이 이 산을 올라온 것은, 산마루에 올라 바다를 만나는 순간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들이 닻을 맨 밧줄 풀려나가듯 만경창파 속으로 곤두박질쳐 버리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다시 멀고 먼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항해의 꿈을 가슴에 간직한 채 옹근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오리라.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시 <남해 금산>
↑ 금산 제1경 쌍홍문 바위구멍
산길
38비경을 간직한 금산에 오르는 길은 단순한 편이다. 산행기점은 남쪽 계곡 코스의 시작지점인 금산매표소와 북쪽 사면으로 오르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복곡매표소 두 군데가 있다. 전국 3대 기도처로 잘 알려진 보리암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복곡매표소를 이용하는 것. 이곳에서부터 8부 능선의 제2주차장까지 오르면 걸어서 20여 분만에 보리암에 다다를 수 있다.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금산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면 상주매표소를 기점으로 하는 편이 낫다. 거칠게 다듬어진 돌계단이 이어지는 동안 고개를 들기만 하면 푸른하늘에 걸린 상사바위를 시작으로 금산 38경 바위들이 하나하나 그 위용을 드러낸다. 여기서 1시간 남짓 오르면 두 개의 큰 굴이 뚫린 공룡 형상의 쌍홍문에 이를 수 있으며, 가끔 뒤를 돌아다보며 아름다운 남해의 바다와 섬들을 굽어볼 수 있다. 길게 산행을 하고 싶다면 화엄봉, 제석봉을 거쳐 금산여관과 좌선대에 올랐다가,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부소암과 상주리석각까지 내려갔다 다시 산을 오르는 방법도 있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사천IC에서 빠져나온 뒤, 3번 국도를 따라가면 창선-삼천포대교와 만난다. 창선교를 건넌 후에는 1024번 지방도를 이용해 이동면까지 가서 보리암 이정표가 나오면 복곡매표소로 갈 수 있고, 보리암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8km 쯤 직진하면 상주매표소 주차장이 나온다. 남해대교로 가려면 남해고속도로 진교IC 혹은 하동IC에서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가면 남해읍을 지나 이동면으로 갈 수 있다.
버스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오전 7시부터 19시 30분까지 60~90분 간격으로 하루 11회 운행하는 남해행을 이용한다. 요금은 편도 2만2천6백원. 남해터미널에서 복곡(보리암 1주차장)까지는 1일 2회 운행(터미널발 08:00, 17:10 복곡발 08:30, 17:40)하는 버스를 이용한다남해터미널(055-863-5056), 남흥여객(055-863-3507).
03/고창 선운산(336m)·
선운사 동백꽃을 피우기 위해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 도솔천 바닥은 검은 색을 띄는데, 이는 오래된 나무 등에서 나오는 탄닌 성분이 가라앉아 있기 때문이다.
경수산, 개이빨산, 청룡산, 비학산 등의 3~400m급 봉우리로 이루어진 선운산도립공원은 규모는 작으나, 계곡미가 빼어나고 숲이 울창해 '호남의 내금강'이라고도 불린다. 그중 선운산은 유명한 명승고찰인 선운사와 도솔암 미륵불 등의 유적이 많고 주변 경관도 수려해 이 일대의 산을 대표한다. 선운산의 본래 이름은 도솔산으로, 선운사 일주문 현판에도 '도솔산 선운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선운사가 유명해지며 산 이름도 자연스레 선운사로 바뀌게 되었다. '선운'이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 또한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을 뜻하니, 두 산 모두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의미다.
선운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선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24교구 본사로, 금산사와 더불어 도내 2대 본사로 유명한 명승고찰이다. 선운사의 창건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1707년에 쓰인 <도솔산선운사 창수승적기>에 의하면 진흥왕이 왕위를 버린 첫날밤에 진흥굴에서 잠을 잤는데, 꿈 속에 미륵삼존불이 바위를 가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감동해 중애사라는 절을 창건하니 이것이 곧 선운사의 시초라는 기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사적기에 의하면 창건 당시 한때 암자 89개, 당우 189채, 수행처 24개소 그리고 승려 3천여 명을 거느린 국내 제일의 대찰이었다고 한다. 현재 선운사에는 보물 5점, 천연기념물 3점, 전라북도유형문화재 9점, 전라북도문화재자료 2점 등이 있다.
또 하나 선운산을 대표하는 것은 수많은 시인의 사랑을 받았던 동백꽃이다. 선운사 뒤쪽 5천여 평의 산비탈에 수령 5백년이 넘는 동백나무 3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의 평균 높이가 6m, 수관의 직경이 8m 내외이며, 가장 큰 나무는 밑부분 지름이 80cm에 달한다. '춘백'으로도 불리는 선운사 동백은 하동의 매화가 지고 난 후 4월 초부터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해 4월 하순에 절정을 이룬다. 5월초에는 꽃병풍을 두른 듯 장관을 연출해 전국의 동백숲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이곳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한다. 그 외 삼인리의 장사송(천연기념물 354호)과 선운산 입구의 송악(천연기념물 367호)도 유명하다.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서정주 시<선운사 동구>
↑ 도솔암 마애석불. 불상의 배꼽 부분에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의 비결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길
도립공원 내 어느 등산로를 택하든 선운사 매표소가 기점이 된다. 매표소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오르면 도솔산, 개이빨산, 천마봉, 청룡산 등으로 갈 수 있으며, 종주도 가능하다. 선운사를 거치지 않는 매표소 왼쪽 등산로로는 구황봉과 병풍바위, 비학산 등으로 갈 수 있다. 모든 등산로는 선운사로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교통
자가용 이용 시,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를 빠져나와 22번 국도를 따라 부안면 방향으로 간다. 면소재지 통과 후 반암삼거리에서 우회전해 표지판을 따라 선운산도립공원으로 진입한다. 고창IC에서 나왔을 경우에는 796번 지방도를 따라 아산면소재지 삼거리에서 반암 삼거리 방향으로 가면 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고창공용버스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가 오전 7:00부터 오후 7:00까지 30~5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시간은 3시간 10분 소요되며, 요금은 1만5천9백원. 고창에서는 다시 완행버스를 이용해 선운산도립공원으로 간다. 고창-선운산간 완행버스는 1일 8회 운행하며,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미당시문학관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자 영면지인 고창군 부안읍 선운리 마을에 세워진 기념관. 산과 바다, 변산반도와 곰소만, 아름답고 넉넉하게 자리잡은 질마재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시문학관에는 미당의 유품 5천여 점이 보관·전시되어 있다. 문학관은 선생의 사후 이듬해인 2001년 11월 3일에 개관했으며, 개관기념일 전후로 동국대학교와 공동으로 <미당문학제>를 해마다 개최한다. 문학제에는 미당문학상 시상, 백일장, 시낭송재 및 각종 기념공연, 학술회의 등이 열린다. www.seojungju.com
04/제주 한라산(1950m)
바람보다 빨리 눕고 먼저 일어서는 산
↑ 우리네 역사에서 산이 크면 아픔도 컸다. 한라산에는 1948년 4월 3일부터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라산 일대에서 3만명 이상이 쓰러져간 아픔이 서려 있다.
산이 크면 아픔도 큰 것이 우리네 역사였다. 지리산이 그랬듯이 한라산 또한 우리 근현대사의 날이 선 상징이다. 함부로 그 상처를 비교할 순 없지만 한라산은 지리산보다 높고, 그래서 더 아픔이 깊다. 단지 지리산보다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이 반쪽 땅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발을 드리운 곳이 눈물로 일렁이는 제주바다이기 때문이다. 1948년 4월 3일 시작돼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념과 상관없이 쓰러진 이가 3만 명으로, 이는 섬사람들 10명 가운데 한 명 꼴이었다. 당시 군경은 해안선에서 5km 떨어진 중산간 지대를 모두 적성지역으로 분류하고 소개령에 나섰으니, 그들에게 한라산은 송두리째 불태워버려도 시원치 않은 빨갱이들의 소굴이었다. 1954년 9월 21일, 섬사람들의 눈물과 피가 메마른 제주의 땅을 흥건히 적신 후에애 한라산 입산금지령이 풀렸다.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을 그들이 온 마음으로 섬겼던 신들의 고향으로 여기며 매우 신령스럽게 생각했다. 중국 진나라 때 불로초를 찾아 제주로 왔던 서불 일행은 백록담 주변에 자생하는 시로미 열매를 채취해갔다고 전한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50% 가량이 자라고 있는 한라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천연기념물로 먼저 지정되었다. 해발 2천미터의 산에는 해양성식물, 고산식물은 물론 시로미처럼 아고산대 식물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는 남쪽 바다 한가운데 솟은 산마루에 서늘한 대륙의 기운을 머리띠처럼 두르고 저 멀리 백두와 한라가 한 뿌리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어디를 가더라도 보이는 한라산은 이곳 사람들에게 삶의 등대이자 신앙이나 같다. 돌밭을 매다가 허리를 펴고 일어설 때도 바다 대신 등 뒤에 산을 보았고, 저승길을 오락가락한다는 자맥질 끝에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잠녀들의 기나긴 숨비소리가 향하는 곳도 한라산이었다. 하늘 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한라산은 우리나라의 전위대처럼 우뚝 솟아있다. 남쪽 바다 선두에 서서 가장 먼저 대양의 비바람을 맞아왔듯 새로운 시대의 격랑을 온몸으로 대신 앓아온 곳. 가슴이 뻥뻥 뚫려 풀처럼 가벼운 돌멩이들이 만든 섬과 산은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빨리 울고서 결국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순이 삼촌은 그 해 음력 섣달 열 아흐렛날 지금 부터 30년 전에 동네 동시 제사를 지내게 된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였다. 50여 명씩 떼 단위로 나누어 군경은 '견벽청야'라는 그럴듯한 작전명으로 주민들을 집단 처형했다.…(중략)…순이 삼촌은 학살 직전 기절하여 시체더미위에 깔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사실 공비로 의심받던 마을 남정네들은 거기에 없었다. 그들은 밤에는 무장공비들에게 위협을 받고 낮에는 군경에 의심을 받는 처지에 목숨을 붙이려고 한라산 동굴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현기영 소설 <순이 삼촌> 中
↑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50%가 자생하는 한라산은 국립공원 전에 천연기념물로 먼저 등록되었다.
산길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반코스 중 관음사코스는 제일 먼저 개발된 등산로로, 제1횡단도로(5·16도로)와 1100도로가 뚫리기 전의 주요코스였다. 한라산 산행은 관음사와 성판악휴게소를 종주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관음사 매표소를 지나 울창한 참나무 수림지대의 평탄한 길을 따라 탐라계곡 대피소에 이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동탐라계곡과 서탐라계곡 사이에 있는 개미등 능선을 오르면 점차 시야가 트이고 한라산 최고봉인 북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개미등이 끝나는 지점에서 내려오면 옛 용진각 대피소 터에 이르며, 이곳에서부터 백록담까지의 등산로는 경사가 급한 편이다. 백록담에서 진달래밭대피소를 거쳐 성판악휴게소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성판악휴게소에서 출발하거나, 1박2일로 느긋하게 산행하는 것도 좋다.
교통
관음사 등산로 입구인 산천단과 성판악휴게소를 경유하는 5·16횡단도로 노선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 20분마다 출발하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산천단 검문소에서 관음사 매표소까지는 산록도로 쪽으로 들어서서 40분 정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제주시내에서부터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1100횡단도로 노선을 이용하면 어리목 등산로 입구와 영실 등산로 입구에 하차할 수 있다. 터미널에서부터 약 1시간 10분소요. 문의 제주시외버스터미널 064-753-1153.
05/춘천 금병산(652m)
향수 불러일으키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 솔잎이 푹신하게 깔린 동백꽃길의 가을 풍경
1930년대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무지개처럼 사라진' 소설가 김유정(金裕貞·1908~1937)이 자신의 고향에 관해서 쓴 수필의 한 구절이다. 김유정은 1935년 단편 <소나기>와 <노다지>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동시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장했으나, 1937년 29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그가 활동할 당시의 춘천읍은 지금은 춘천시가 되었고, 떡시루처럼 산들에 둘러싸인 실레마을은 행정명으로 춘천시 신동면 증리라 한다. 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이 금병산이다. <봄봄> <산골나그네> <금따는 콩밭> <동백꽃> 등 김유정의 소설 대부분이 이곳에서 구상되었을 뿐 아니라, 작품에서의 특정 장소, 소재, 등장인물이 실제의 상황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대룡산 정상에서 연엽산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약 1.5km 거리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이 약 3km 거리에서 수리봉을 빚어 놓은 다음, 원창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마지막으로 들어 올린 산이 바로 금병산이다. 금병산 정상을 기점으로 서쪽은 춘천시 신동면 증리, 북쪽은 동내면 학곡리, 남쪽은 동산면 원창리다. 금병산은 가을이면 그 산기슭이 비단병풍을 둘러친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그 이름처럼 가을이면 낙엽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수목이 울창하다.
김유정역에서 출발하는 등산로 초입에는 김유정기적비가 있다. 원래 비 옆에는 김유정이 24세 때인 1932년 주민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위해 야학을 열었던 금병의숙(錦屛義熟) 건물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당시 야학 기념으로 식수했다는 느티나무가 기적비를 지키고 있다. 세월 따라 지금의 실레 마을 기적비 앞개울은 약 100m 길이로 복개되어 주차장으로 변했고, 복개천 주변에는 현대식 건물을 한 식당들이 즐비하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 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네 이름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 호 밖에 못되는 말하자면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 금병산의 산행 기점인 김유정역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람이름을 붙인 역이다.
산길
금병산의 산행기점은 경춘선 전철 김유정역이다. 이 역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람이름을 붙인 역으로, 개통 이후 65년간 '신남역'으로 불리다가, 춘천시 문화인들의 노력으로 지난 2004년부터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역 앞에 있는 김유정문학촌 뒤로 '동백꽃길' '만무방길' '금따는 콩밭길' '봄봄길' 등 김유정의 작품 제목을 딴 등산로가 여러 개 나 있다. 그 중 '만무방길'을 따라 주능선인 '산골나그네길'을 통해 정상에 오른 후 하산은 '동백꽃길'로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산길에 김유정문학촌을 들르고 싶다면 코스를 반대로 잡으면 된다. 전체적으로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유정의 작품을 생각하며 다녀올 수 있다. 어느 코스를 택하더라도 산행은 3~4시간이면 충분하다.
교통
대중교통 이용 시, 경춘선 전철을 이용해 김유정역에서 내린 후 도로 건너편으로 역전슈퍼가 마주 보인다. 역전슈퍼 앞에서 오른쪽 시골장터막국수집을 지나면 왼쪽으로 실내식당과 신남산장 사이 골목길이 나타난다. 이 골목길을 따라 약 300m 들어가면 김유정 유적지에 닿는다.
서울에서 46번 경춘국도로 청평-가평-강촌을 지나 의암터널에서 춘천 시내방향으로 4Km 정도 가면 주유소 우측으로 김유정역과 신동면사무소 방향의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1km정도 운행하면 철도 건널목이 나오고, 다시 우회전해 1km정도의 거리에 김유정역이 나온다. 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된다.
김유정문학촌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문학작가인 김유정 선생의 사상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사)김유정기념사업회가 작가의 고향마을인 실레마을을 이야기마을로 특화해 2002년 8월 개관했다. 작가의 생가를 복원함은 물론 기념전시관 및 부대시설을 마련하고 작품의 무대인 실레마을에 문학산책로를 조성했다.
현재 문학촌에서는 추모제, 김유정문학제, 학술발표회, 청소년문학축제, 김유정문학상 시상, 김유정문학캠프, 김유정백일장 및 소설문학상 시상, 소설의 고향을 찾아가는 문학기행, 김유정 소설과 만나는 삶의 체험, 순회문학강연 등 다양한 문학축제와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www.kimyoujeong.org ⓜ
01 You Mean Everything To Me (Neil Sedaka)
02 Evergreen Tree (Cliff Richard)
03 Can'T Help Fallin' In Love (Elvis Presley)
04 I Went To Your Wedding (Patti Page)
05 only You (Platters)
06 Greenfields (Brothers Four)
07 Sad Movies (Sue Thompson)
08 The Twist (Chubby Checker)
09 Rock And Roll Music (Chuck Berry)
10 Bye Bye Love (Everly Brothers)
11 Stupid Cupid (Connie Francis)
12 Hit The Road Jack (Ray Charles)
13 Beyond The Sea(La Mer) (Bobby Darin)
14 Donna Donna (Joan Baez)
15 El Paso (Marty Robbins)
16 You Are My Destiny (Paul Anka)
17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Shirelles)
18 Over The Rainbow (Judy Garland)
19 Wooden Heart (Joe Dowell)
20 Quizas, Quizas, Quizas (Nat King Cole)
21 Danny Boy (Jim Reeves)
22 Ne Me Quitte Pas(If You Go Away) (Jacques Brel)
23 The Battle Of New Orleans (Johnny Horton)
24 Johnny Guitar (Peggy Lee)
25 I Really Want You To Know (Skeeter Davis)
26 Never My Love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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