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찻잔 속의 글

파도여인숙 / 안시아

vincent7 2013. 9. 27. 19:40

 

 

 

 

 

 

 

 

 

 


파도여인숙 / 안시아                          
     

 

 

 

 

나는 버림받을 여자가 아니에요
창문마다 네모랗게 저당 잡힌 밤은
가장 수치스럽고 가장 극적이에요
담배 좀 이리 줘요
우리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아요?
여기는 바다가 너무 가까워요
이 바다가 정원이라면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부자로군요
이 정도면 나, 쓸만하지 않나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우스워
다 이해하는 것처럼 고개 끄덕이지 말아요
밤 밖으로 수평선이 넘치고
아 이런, 술잔도 넘쳤나요
지금 걱정하고 있군요 취하지 않았을 때가
가장 위험할지 몰라요
*오래될수록 좋은 건 술 밖에 없어요
갈곳도 없고 돈도 없다고
내가 유혹하는 것처럼 보여요?
당신 마음은 어떤가요
죽고 싶어 보지 않은 사람은

살았던 게 아니에요
부서지기 위해 바다 끝으로 밀려온 파도처럼

이곳까지 떠나온 게 아니던가요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여긴 정말 파도말고는 아무도 없군요
그런데 왜 자꾸 아까부터
그 큰 눈을 그리 꿈벅대는 거예요
파도처럼 이리 와 봐요


나는 섬이에요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에 나오는 대사

 

 

 

 

 

 

 

       

 

 

            * Desert Of Sadness /  DJ Da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