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하늘이 드높다. 가을 산을 논할 때 울그락 불그락 만발한 색깔론을 다 걷어치운다면, 산등성이 위로 어렴풋이 흔들리는 빛무리, 억새가 드러날 터이다. 슬쩍 던지는 바람 한 마디에 하염없이 흔들리다, 햇빛 한 줄기로 환하게 충전돼 몸을 떠는, 여리고 여린 햇살의 자식들. 그 은빛 물결 일렁이는 전남 장흥 땅 천관산의 억새밭으로 간다. 억새들과 함께 정상에 서서 기웃대며 손가락질하며, 아득하게 펼쳐진 다도해 풍경을 즐기는 산행이다.
멋진 관 쓴 바위기둥들 우뚝
천관산(723m)은 호남정맥 끝자락의 바위산이다.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면과 대덕면 사이에 솟아 있다. 지리산·내장산·월출산·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천관산은 다가설수록 큰 산의 자태를 드러내는데, 능선과 정상 부근에 깎아낸 듯 우뚝우뚝 서 있는 바위기둥들이 인상적이다. 천자의 면류관을 닮아 천관산이라지만, 산을 오르다 보면 저마다 멋진 관을 쓴 바위들이 천개나 몰려 있는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천관산엔 10여개 이상의 등산로가 있고, 어느 코스든 4시간 안쪽에 오르내릴 수 있다. 관산면 방촌리 장천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3개의 등산로 중 맨 오른쪽 금강굴 길로 올랐다가 정상 연대봉에서 양근암을 거쳐 출발점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오르막과 평탄한 숲길, 바윗길이 섞여 있어, 적당히 땀을 빼며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만남의 장소인 영월정을 바라보며 오른쪽 숲길을 오르면 무성한 편백나무숲과 동백나무 무리가 나타난다. 도화교 앞 600년 묵은 거대한 소나무(태고송)가 몸으로 가리키고 있는 건물이 장천재다. 본디 장천암이라는 암자였으나, 장흥 위씨 문중에서 강학소인 장천재를 지었다. 호남 실학의 대가인 존재 위백규 등 조선 유학자들이 공부하던 곳이다. 문이 굳게 잠겨 있어, 빼어나다는 건축미를 감상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 화장실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기슭으로 들면 곧바로 본격 등산로다. 오르막과 평탄한 숲길이 번갈아 이어지다 왼쪽으로 시야가 터지며 가까이는 금수굴 코스와 양근암 코스 두 능선이, 멀리론 장흥 득량만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키 작은 잡목으로 덮인 산자락엔 단풍이 막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표토층이 얕은 바위산이어서 나무들이 자라기 어려운 여건인데다, 20여년 전까지 땔감으로 나무를 베어내, 헐벗은 산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새로 심은 오리나무·떡갈나무들이 주종이다.
능선 뒤덮는 하얀 가을 노래
장흥 천관산 억새밭
청명한 가을하늘이 열리는 아침, 은빛 찬란한 억새가 부르고 있다. 깊은 서랍 속에 묻어놓았던 긴 팔 옷을 미처 꺼내기도 전에 불현듯 불어온 찬바람에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더욱더 실감하게한다.
파란 하늘이 드높아지면서 허허로워진 빈공간을 가을의 결실이 하나, 둘 채우고 있다. 풍요의 계절이다. 산야에는 산해진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알알이 영근 벼는 가을 볕에 노랗게 뜸을 들이고, 만삭의 아낙이 잔 숨 몰아 쉬듯 주렁주렁 사과와 배, 감을 매단 과실나무는 가을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결실의 흥겨움은 축제로 이어진다. 그 보다 더 아름다운 수만평의 억새가 푸르디 푸른 가을 하늘과 또한 기암괴석이 한데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는 장흥 천관산 억새밭이다.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고 했던 억새. 구름보다도 하얀 억새가 한줌 바람에 하늘거린다.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밑둥부터 흰 머리까지 서로의 몸을 붙잡고 흔들리는 억새들, 햇살이 엷게 비칠때 바람따라 서걱서걱 울어대는 모습은 가을의 전설을 잉태하고 있다.
기암괴석과 억새를 함께즐길 수 있는 호남의 억새 명산 장흥 천관산은 가을이면 억새로 온 산이 뒤덮힌다. 남쪽과 동쪽이 바다로 에워싸인 채 서 있는 명산으로 기암괴석 또한 즐비하다.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능선따라 10리길이 억새로 넘실댄다.
나들이하기 아주좋은 계절, 어딘가로 나홀로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올 여름 폭염과 열대야속에서 숨막히는 무더위를 바다와 계곡에서 식혔다면 가을에는 시원하고 한적한 산을 찾아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천관산 40만여평의 봉우리마다 억새의 향연이 펼쳐져 환상그 자체다.
억새, 다도해, 기암괴석의 절묘한 조화을 이루 고있는 장흥 천관산 억새밭으로 떠나보자. 억새는 전국 어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흔하기도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의 정남진 전남 장흥군에 위치하고 있는 도립공원 천관산(723m)이 온 산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억새와 다도해의 풍광,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단풍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저만의 빛깔로 온산을 하얗게 뒤덮은 억새는 너울거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산의 정취와 여유로움을 흠뻑 느끼게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천관산 정상 수십만평에 이르는 억새평원에는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키 큰 억새들이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며 물결처럼 파도를 치고 산을 찾는 이들을 삼켜버릴 듯 너울 너울 춤을 추고 있다.
천관산 등반코스는 10여개 이상의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도립공원 안내소가 있는 장천재 주차장에서 주변의 고인돌군, 방촌 문화마을, 효자송, 공예태후 임씨의 정안사 등을 감상한 후 안내에 따라 취향에 맞게 오른다든지, 아니면 탑산사에 도착해 전국 최초로 야외에 조성된 천관산 문학공원에서 국내 유명 문인 54명의 문향이 담긴 문학비를 감상하고 오르면 된다.
나그네는 좀더 정상에 빨리오르기위해 탑산사 방향을 택했다. 가파른 등산로길을 오르자 이마와 등짝에 땀이 송글송글 맺는다. 잠시후 전망이 좋은 닭봉에 도착했다. 정상에 오르기전에 먼저 풍광에 취해버리는 것 같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준다. 그리고 엉겅퀴, 닭의장풀등 각종 야생화꽃들이 활짝펴 나그네의 발길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정상에 도착하자 은빛 찬한한 억새와 다도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너무 황홀할정도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됐다.
환희대로가는 중간능선 바위에 잠시쉬였다. 바위에 앉아서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갈증이 가시면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억새바람이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혀준다. 잠시후 눈앞에 펼쳐진 풍광이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했다. 이런 무릉도원이 어디있는가. 천태만상의 기암괴석, 아기바위, 사자바위, 종봉,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대세봉, 석선봉, 돛대봉, 갈대봉, 독성암, 아육탑, 환희대, 아홉 개의 봉우리가 모여 만든 구룡봉, 모든 봉우리들이 여느 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기이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과 닮았다 하여 이름도 천관산(天冠山)이라 불린다고 한다. 눈앞에 펼쳐진 다도해의 절경, 아침이슬에 촉촉이 젖어 하얗게 눈송이처럼 핀 억새 한 무리들, 풍광에 취해 보는이로 하여금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능선을 따라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 발길을 재촉하면 40만평에 펼쳐진 비단결 같은 억새가 은빛을 내 품는다. 연대봉쪽에서 넘어 온 다도해의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하며 군무는 가히 비단결같다.
멀리 국립공원으로 널리 잘 알려진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신성스러운 산이나 산정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다도해가 펼쳐지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노령산맥의 맨 끝에 우뚝 솟아 있는 명산이다.
환희대에 오르는자는 누구나 이곳에서 성취감과 인생의 환희를 맛 볼 수 있다고 적혀져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에 오르면 만세를 부르면서 환호를 하고있다. 환희대에 올라서니 앞으로 기암괴석들이 무쌍하며 그 밑으로는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등성이와 계곡이 비단의 띠처럼 번져가는 단풍으로 바위들과 신비스럽게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질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남쪽 밑으로 억새숲이 끝없이 펼쳐있다.
환희대를 뒤로하고 연대봉으로 향했다. 연대봉 정상에 올라서자 더욱더 아름다운 풍광이 이어졌다.
기분좋은 등산을 하고 돌아와 자리에 누우니 은빛의 유혹과 그림같은 가을의 풍경화가 또렷하게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 천천히 다가온 그 산길이 꿈속에 다시 드리워져 마냥 즐겁게 만들었다.
월출산·다도해 한 눈에 펼쳐져
정상 부근 네 곳에 억새숲에 둘러싸인 헬기장이 있다.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는 공간이다. 능선 밑으로 수량이 적긴 하지만, 감로천이라는 샘도 있다. 연대봉은 왜적 침입 때 봉화를 올렸던 곳이다. 고려 의종 때 처음 쌓은 연대 석축은 무너진 채로 있다가, 80년대 중반 새로 쌓았다.
억새 벌판과 함께, 천관산 산행이 안겨주는 또다른 기쁨은 전후좌우로 거칠 것없이 펼쳐지는 풍경화 감상이다. 연대 위에 오르면 관산 읍내와 제암산·억불산·사자산 등 장흥의 명산들과 고흥의 팔영산, 영암 월출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바다 너머론 왼쪽으로 소록도, 오른쪽으론 멀리 청산도가 아스라한데, 맑은 날이면 한라산 봉우리까지 선명히 눈에 잡힌다고 한다. 억새숲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잦아드는 해넘이도 아름답다.
9월말 시작된 천관산 억새꽃춤의 절정기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진 뒤 이달 말까지도 그 여운이 남을 전망이다.
장흥군청 문화공보과 (061)86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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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여행정보
서울에서 승용차로 서해고속도로를 이용해 목포나들목에서 나가 강진 거쳐 장흥으로 간다.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관산 쪽으로 내려가다 관산읍을 오른쪽에 안고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장천재 주차장이 나온다. 광주 광천터미널에서 장흥 경유 회진행 직통버스 40분 간격 운행. 장흥에서 관산행 직행버스 20분 간격 운행. 대덕읍에서 문학공원·탑산사 쪽으로 오르는 코스도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다. 장흥 득량만 바다는 지금 전어가 제철이다. 장흥읍 건산리 해도지식당 (061)862-7234, 수산식당 (061)862-3369, 대덕읍 바다횟집 (061)867-2332. 장흥읍에 장흥관광호텔(061-864-7777, 3만원)이 있고, 리버스모텔(061-864-9200) 등 여관도 많다.
주변 볼거리
천관산 자락 방촌리에 고인돌 90여기가 몰려 있는 선사유적과 위씨 집성촌인 방촌전통문화마을이 있다. 천관산 북쪽 중턱엔 통일신라때 영통화상이 창건했다는 천관사가 있다. 보물인 3층석탑과 지방문화재 5층석탑·석등 등이 남아 있다. 탑산사 쪽으로 코스를 택하면 국내 문인 54명의 육필원고 글씨를 돌에 새겨 전시한 문학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대덕 주민들이 쌓은 600여개의 돌탑도 볼거리다. 송기숙·이청준·한승원 등 장흥 출신 소설가들의 고향과 작품에 등장하는지역을 찾아가는 문학기행도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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