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그것은 너나 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서 더 아름다운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상처든지 감쪽같이 지우고 덧입혀서 전혀 새롭게
아름다워지려는 이도 물론 있습니다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에는 반성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자가용을 몰고 다녀본 사람은 누구나 다 겪는 일이
타이어에 못이 박혀 진땀 흘린 일이겠지요
신발보다 더 싼 타이어 가게로 가서 못을 빼고 다시
생고무를 끼우면 되는 간단한 처치지만
손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싼값에 남의
힘을 빌리고 말지요
자기 마음의 상처도 작은 못이거나 대못이 박혀
생기는 때도 있잖아요그걸 꼭 즉시 빼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싶습니다. 안고살아도 살아지며, 아주 가끔은
그게 아파서 더 올곧아질 수 있는 삶이라면...
유랑과 가난을 운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짚시들의 애환.
바이올린으로 하여금 뼈 속에 박힌 한을 끄집어 내어
극적인 비애로 표출하는 세계최고의 짚시 바이올리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