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주머니속의 애송시

내 작고 초라한 사랑 이야기 / 이정하

vincent7 2012. 10. 8. 08:10

내 작고 초라한 사랑 이야기

                                                           / 이정하  
 
 
     그대는, 그대 자신 때문이 아니라 
     그대가 안고 있는 현실 때문에
     내 사랑을 받아줄 수 없다 했습니다.
     나를 위해서라도 그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나는 느꼈습니다. 
     그렇게 말할 때의 그 슬픈 표정을. 
     그대여, 그런 당신이기에 
     나는 더욱 당신을 놓칠 수 없습니다.
     내 사랑을 원하면서도 당신이 처한 현실 때문에,
     당신이 책임져야 할 그 어떤 부분 때문에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 없다면
     내가 그대를 어찌 보낼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은 희생하겠다는
     그대의 그 고운 마음씨를 알고서야
     어찌 당신을 멀리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신은 어찌돼도 그만, 
     상대방을 위해 떠나려는 당신을
     나는 이제 전보다 더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의 아픔을 밟고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내 비록 큰 힘은 없을지라도 그대가 
     힘겨울 때 그대가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가 되어주는 것이
     지금 나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