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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침대서 2박, 알짜 관광 3일, 우리나라 한바퀴

vincent7 2012. 6. 20. 00:45

[week&] 열차 침대서 2박, 알짜 관광 3일, 우리나라 한바퀴

[중앙일보 손민호] ‘해랑’이란 기차가 있다. ‘레일 크루즈’를 선언하고 나선 이른바 럭셔리 관광열차다. 크루즈 여행처럼 밤에는 이동하고 낮에는 기차에서 내려 관광을 한다. 음식이 제공되며, 침대가 설치된 객차 안에서 잠을 잔다. 말하자면 해랑은, 기차여행 고급화를 위한 한국철도공사의 회심의 작품이다. 2008년 11월 첫 운행을 시작했고, 지난달 현재 약 3000여 명이 이용했다. 기차여행 두 번째 순서로 해랑을 체험했다. 기차를 타고 2박3일 전국을 일주하는 여정이다. week&이 해랑에 탔을 때 승객은 40명이 훌쩍 넘었다. 정원이 54명인데 추웠던

날씨를 생각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해랑 체험기를 싣는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 1st Day

오전 10시30분 서울역. 금빛 봉황 무늬가 빛나는 해랑 열차가 플랫폼에 서 있다. 감청색 유니폼의 승무원 7명이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드디어 기차가 움직인다.

객실로 들어왔다. 2인용 디럭스룸인데, 두 명이 사흘간 생활하기엔 비좁은 감이 있다. 그래도 객실은 환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유리창 덕분이다. 벽에 TV가 걸려 있고, 객실 안에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다.

오전 11시. 5호차에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모인다. 해랑은 기관차·발전차 포함해 9량이다. 객실이 6량이고, 4호차가 레스토랑차, 5호차가 이벤트차다. 일정을 알려주는 시간인데, 승무원들이 별의별 이벤트를 선보인다. 한 승무원이 마술을 하더니, 다른 승무원이 플루트를 연주한다. 이윽고 승무원이 모두 모이더니 아카펠라 공연을 한다. 서먹했던 공기가 시나브로 녹아 내린다.

승객 대부분은 효도관광 나온 70대 어르신이다. 본래 세계적인 크루즈 상품도 은퇴자가 가장 큰 손님이다. 손수 운전하지 않고, 잠자리나 먹을거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정이어서다.

깜짝 이벤트가 끝나자 옆 4호차로 이동한다. 점심시간이다. 점심 메뉴는 특급호텔에서 공수한 도시락. 4호차는 온갖 종류의 음료수와 와인·맥주 등 술, 그리고 과자·과일 등 간식 거리를 24시간 제공한다. 물론 무제한 공짜다.

오후 2시30분. 열차는 전남 곡성의 섬진강 기차마을에 도착한다. 옛 증기기관차를 타거나 레일바이크를 타며 오후를 보낸다. 저녁식사는 섬진강변 압록에서 참게탕. 압록은 예로부터 참게탕이 유명한 동네다. 지역 맛집을 찾아내 굳이 그 집에서 밥을 먹이는 정성이 읽힌다. 식사 전엔 국악 한마당이 거나하게 펼쳐진다.

오후 9시 기차에 올라탄다. 그러나 바로 객실로 들어가는 승객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5호차로 모여든다. 5호차에는 통기타 라이브 가수가 기다리고 있다. 공연이 끝나자 어르신들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는다. 기차는 어느새 노래방이 된다.

# 2nd Day

기차 안에서 보낸 첫날밤은 불편한 편이다. 소음이 거슬렸다지만,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잠자는 게 익숙하지 못한 탓이 더 클 터이다. 승무원이 “오늘은 편히 주무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위로를 전한다.

오전 7시. 부산 해운대역이다. 전날 저녁을 섬진강 자락에서 보내고 이튿날 아침을 해운대에서 맞은 기분이 색다르다.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공간이동이라도 한 듯한 느낌, 장거리 기차 여행만의 묘미다. 해운대역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탄다. 해운대 달맞이 언덕 위에 있는 대구탕집에서 아침을 먹고, 내처 용궁사와 동백섬을 둘러본다. 오전 11시, 기차는 경주를 향해 출발한다.

오후 12시40분, 경주다. 점심을 먹고 석굴암과 불국사를 돌아본다. 경주에서도, 다른 지역처럼 지역 문화해설사가 동행한다. 관광이 아니라 답사를 나온 것처럼 제법 공부가 된다. 안압지 근처에서 경주식 한정식으로 저녁을 먹고 안압지와 첨성대 야경을 보러 간다.

경주는 유난히 밤에 예쁘다. 경주엔 시내 곳곳에 문화재가 흩어져 있고, 문화재마다 특성에 맞게 조명이 설치돼 있다. 해랑은 신라의 달밤을 알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저녁이 늦었어도 경주를 떠나지 않았던 거다. 해랑의 꼼꼼한 여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후 9시30분. 기차는 경주를 떠나 정동진으로 향한다. 밤이 깊었어도 레스토랑차는 사람으로 복작거린다.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이번 손님은 그래도 얌전한 편”이란다. 새벽 4시까지 술판이 이어진 적도 있단다. 한국인은 역시 공짜 앞에서 약하다. 아니 공짜라면 독해진다.

# 3rd Day

전날 승무원의 말마따나 둘째 밤은 첫 밤보다 훨씬 나았다. 역시 여행은, 낯선 환경에 길들이는 것인가 보다.

오전 6시. 객실에서 창문 커튼을 여니 바로 눈앞이 동해 바다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바다를 기차 안에서, 그것도 침대 위에 누워서 본 적이 있던가. 날이 흐려 일출을 보진 못했지만, 비바람에 흔들리는 정동진은 외려 더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전 8시. 강원도 동해시 약천온천에서 온천욕을 한다. 지금까지 여정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다. 객실마다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의 샤워는 불편한 일이다. 빡빡한 여정에 지친 몸을 뜨끈한 온천이 살살 풀어준다.

오전 10시40분. 동해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태백역으로 향한다. 동해역과 태백역 사이에 스위치백 구간이 있다. 백두대간을 넘으며 기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이때 경치는, 기차 안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귀한 풍경이다. 백두대간 자락에서 철도는 도로보다 깊은 계곡을 헤집고 다닌다.

정오. 태백역 근처에서 한우 등심을 굽는다. 해랑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해량은 모두 일곱 끼니를 제공하는데, 하나같이 만족도가 높았다. 승무원이 살짝 귀띔한다. “어르신 대부분이 살이 쪄서 나가세요. 입고 왔던 바지가 안 맞는다고 하셨던 할머니도 있었어요.”

오후 2시. 기차가 추전역에 정차한다. 해발 85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이다.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함께 사흘을 보낸 뒤여서 승객 모두가 어울려도 어색하지 않다. 마침내 기차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아직 일정 하나가 남아 있다. 오후 3시 승객과 승무원이 5호차에 다시 모인다. 승무원이 낸 퀴즈를 승객이 맞히면 선물을 준다. 자칫 무료할 수 있는 귀성길을 승무원이 온몸으로 막아낸다.

오후 7시 서울역. 긴 여행이 끝나는 시간이다. 헤어지기 전, 몇몇 승객에게 소감을 물었다. 대체로 좋았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동남아 효도관광보다 재미있었다는 답도 많았다. 칭찬이 집중된 건, 늘 밝게 웃었던 승무원이다. 해랑 승무원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KTX 승무원 중에서 선발한다.

●이용정보 현재 운행되는 해랑은 여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week&이 체험한 2박3일 전국 일주형 ‘아우라’ 열차다. ‘아우라’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준말로, 요금은 2인용 디럭스룸 기준으로 195만원이다. 다른 하나는 매주 토요일 출발하는 1박2일 동해안 일주형, 서해안 일주형 열차다. 동해안 일주 열차의 이름은 ‘해오름’이고, 서해안 일주 열차는 ‘씨밀레(‘영원한 친구’의 우리말)다. 요금은 2인용 디럭스룸 기준으로 128만 원이다. 추가 경비가 일절 없다. 기본 여정은 ‘서울역 출발∼서울역 도착’이지만, 수원역·대전역 등 경유 역에서도 탑승이 가능하다. 중간에 탈 경우 원래 요금보다 싸지만 할인 폭은 극히 미미하다.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 1544-7755.

레일 크루즈 ‘해랑’의 2박3일 전국 일주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창밖 찍을 땐 셔터 스피드 1/60초 이상 올리세요

열차에서 바라보는 창문 밖 풍경은 아름답다. 휙휙 한 순간 지나가는 것이어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겠다. 하나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두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진을 찍는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촬영자가 시속 100㎞ 이내 속도로 이동 중이라고 가정하자. 이는 1초에 28m를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때는 셔터 스피드를 1/60초 이상 정도로 설정해야 또렷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무슨 얘기인지 더 쉽게 설명하면 이러하다. 셔터 스피드란 찰칵 하고 카메라 셔터가 한 번 작동하는 속도를 말한다. 카메라가 장면을 촬영하는 속도가 움직이는 물체보다 빠르면 물체는 사진 속에서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또렷하고 분명한 풍경이 잡히는 것이다. 순간 포착이란 말이 바로 이럴 때 쓰인다.

셔터 스피드를 조작하는 게 어려우면 셔터 우선 모드로 촬영할 수 있다. 별도 설정이 없어도 카메라가 자동으로 설정 값을 최적 상태로 끌어올린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수동 촬영 기능이 없으면 ‘장면 모드’에서 ‘스포츠 장면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셔터 스피드를 올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사실 열차 안에서 사진을 찍을 때 가장 까다로운 장애물은 따로 있다. 유리창이다. 사진에 담고 싶은 건 유리창 너머 경치인데 사진 속에서 더 분명히 보이는 건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일 때가 더 많다. 유리창뿐 아니라 맑은 물을 찍을 때도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카메라가 본디 렌즈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어서다. 유리창을 찍는 건 렌즈도 유리고,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도 유리인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유리 사이에서 빛이 산란하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다. 대신 현상을 줄일 수는 있다. 편광필터라는 걸 렌즈에 끼우면 한쪽 방향의 빛만 남게 해 유리창에 반사되는 잔상을 없애고 피사체가 뚜렷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